경제 불황으로 소비심리가 그 어느 때보다 위축된 가운데 백화점 상품권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백화점 상품권이 실용적이어서 매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사실상 추적을 할 수 없어 청탁금지법 이후 각광 받는 선물 1호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7일 지역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갤러리아타임월드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이상,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는 약 5%, 백화점 세이에서는 3-5% 백화점 상품권 판매율이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는 상품권은 해당 백화점뿐만 아니라 상품권 발매 기관의 다른 영업점에서도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실용성이 높고, 선물을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와 달리 정성이 깃든 선물보다는 받는 사람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선물하는 것이 사회적 풍토로 자리 잡으며 매출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도 상품권의 사용범위가 확대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어 선호하는 추세다.

직장인 이동현(33) 씨는 "예전에는 선물할 때 나잇대에 맞는 필요한 선물을 골라서 줬는데 최근에는 상품권을 구입해 주고 있다"며 "이번에 대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에게도 상품권을 선물했다.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필요없는 것을 해줬다가는 선물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공직사회나 기업이 법인카드로 접대비, 선물 등을 결제하는데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상품권을 이용해 그동안의 관행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품권은 누가, 언제, 어디에 썼는지 정확한 파악이 어려워 그동안 리베이트나 뇌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12월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결제한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5% 늘어났다는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업계의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공무원 A씨는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상품권이 많이 오가는 것 갔다. 과거에 선물 중 상품권의 비율이 20%였다면 최근에는 50%는 되는 것 같다"며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쉽게 피할 수 있고, 사용처를 찾기 어려워 많이들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