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살아있다] ⑤ 대전 옛터민속박물관

박물관 외부 전경 (1)
박물관 외부 전경 (1)
대전 동구 하소동에 있는 만인산에서 쭉 올라가다 보면 세월이 멈춰있는 듯한, 정다운 모습을 한 건물이 나온다. `옛터`라는 이름이 그대로 담긴 곳. 만인산 안에 있어 경치가 좋은 데다 옛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건물과 아늑한 분위기 등으로 대전지역 데이트 코스 1번지로 꼽히는 옛터는 한 번 갈 때와 두 번 갈 때가 다르다. 옛터 공간 자체가 볼거리가 많고 주변과의 어우러짐이 좋아 갈수록 또 가고 싶어지고, 볼수록 볼 만한 게 생긴다. 옛터는 카페와 한식당, 민속촌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옛터 자체가 민속박물관으로 볼 수 있다. 카페 뒤편에 있는 옛터민속박물관은 2001년 3월 개관한 대전의 네 번째 사립 박물관으로 생활사 전반의 민속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하는 기관으로 점차 소멸돼가는 전통문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 금산의 `문화적 거점` = 옛터민속박물관은 대전 동구에서 유일한 사립박물관으로서, 문화향유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구 지역과 금산 추부지역에 문화적 거점이 되고 있다.

옛터민속박물관 전시실은 평소 상설전시실로 운영하며 연 2회 특별기획전을 위해 교체전시를 열고 있다. 수장고에는 1만여 점의 소장품이 있어 매해 열리는 기획전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박물관의 93%가 야외전시장으로 대규모의 공원처럼 형성돼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동자석, 돌절구, 다듬잇돌, 맷돌 등을 전시해 어린이와 학생들의 학습장 역할을 하고 있다. 체험교실도 운영되는데 천연염색, 한지공예, 매듭공예, 규방공예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타 편의시설 `마당에모닥불 하늘엔둥근달`에서는 전통차와 전통한식, 양식을 한옥의 멋과 함께 즐길 수 있다.

한옥의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면서도 흙벽으로 지어진 옛터의 양식당은 이곳에 발길을 끌게하는 랜드마크다. 옛터민속박물관장이 디자인하고 직원이 직접 제작한 조명들과의 건축물의 조화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옛터만의 자랑거리다.

옛터민속박물관은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 매해 늘어가면서 특별전과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해에는 `박물관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 `소망을담은 장신구이야기` 가 진행됐다. 스케치하며 유물을 관람 후 클레이와 매듭을 이용해 본인만의 노리개를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자유학기제에 해당되는 중학생 1381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밖에도 KB박물관노닐기, 박물관문화가있는날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연간 체험인원이 2000여 명에 달한다.

◇소장품으로 만나는 특별기획전(展) = 옛터민속박물관에서는 2006년부터 매년 특별기획전으로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소장품으로 특별 기획전을 열고 있다.

옛터민속박물관에서 지난 해 9월부터 올해 8월 20일까지 열리는 열 번째 특별기획전 `조선여인의 화려한 초청전`에서는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노리개 2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조선여인들의 화려한 외출` 전(展)의 두 번째 이야기로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대삼작노리개, 불수삼작노리개, 투호삼작노리개 등 궁중이나 사대부가에서 패용했던 품격 있는 노리개들을 중심으로 전시하고 있다.

노리개는 저고리 겉고름, 안고름에 차는 여성 장신구의 일종으로 `신기하고 보기 좋은 물건`, `사랑하며 가까이 두고 즐기는 물건`이라 칭하며 조선시대 여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귀한 장신구이다. 특히 삼작노리개의 경우 대례, 혼례, 환갑 등의 큰 행사가 있을 때 패용하였던 것으로 산호, 밀화, 옥, 진주, 비취모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주체와 정갈한 매듭이 하나가 되어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절제된 조선여인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화각장, 나전함, 빗접 등의 화려한 규방가구와 아름다운 자수뿐만 아니라 뒤꽂이, 떨잠, 비녀 등 다양한 여성 장신구를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투호삼작노리개는 당대(唐代)부터 의식적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재예(才藝)로서 행했으며, 한국에서는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행했다. 귀가 달린 청동 항아리를 놓고 여러 사람이 동서로 편을 갈라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화살을 던져 항아리 속에 넣는다. 투호항아리에 나쁜 기운을 몰아 뚜껑을 덮으면 액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투호항아리는 특히 음력 5월 5일 단오날 패용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앞서 2006년에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토기, 청자, 백자 등을 한데 모아 `토기에서 도자기로의 향연전`을, 2007년 세 번째 특별기획전 `분청의 향기, 그 분으로 치장한 멋!`에서는 100여 점의 수장자료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전시는 우리나라 도자기를 대표하는 분청사기를 선보이는 자리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밖에도 2008년 특별기획전 `조선 여인의 은장도 그 순결함!`이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장도(粧刀) 130여 점을 전시했으며 2009년 특별기획전 `조선 장인의 有感(유감), 소목장전`에서는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안방, 사랑방, 부엌의 가구들과 대전시무형문화재 소목장 후보자인 김영창 선생의 작품을 비교전시했다.

김재용 옛터민속박물관장은 "박물관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조망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민속에 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립한 공간이다. 옛터민속박물관은 민속에 관한 자료를 수집, 연구, 전시, 보존하는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민속전문박물관으로서 점차 소멸되어 가는 전통문화를 재조명해 대전지역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관련기사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