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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화두 중의 하나가 복지이다. 복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쟁점은 경제문제였다. 산업화시기를 통하여 국민의 소득은 향상되었으나, 그로 인한 빈부 격차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따라서 복지문제는 경제문제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복지는 문화영역으로 확대되어 갔다. 경제적 소외뿐 아니라 문화적 소외도 사회적 소외의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아간 것이다. 정부의 복지정책도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문제에로 변화해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하는 많은 문화복지사업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문화복지와 관련하여 예술인의 현실을 생각하면 TV 광고의 멘트인 "그동안 의리를 지켰는데, 내 건강은 누가 지켜주지"가 떠오른다. 위의 광고 멘트를 예술인의 현실에 적용한다면 "시민의 문화복지를 위해 활동해왔는데, 내 복지는 누가 책임져주나"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문화예술인은 문화복지를 위해 예술활동을 하고, 이를 위해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그 활동비 일부를 보조하기도 했지만, 정작 예술인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대학교수, 교사, 교습소운영, 시립예술단원, 공공예술기관(공연장, 미술관 등) 등을 제외하고는 소위 4대보험이 되는 예술관련 직장은 거의 없다. 오직 예술활동을 통해서만 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상황으로, 이들을 전업예술가라고 한다.

그럼 전업예술가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업예술가란 그의 창작활동인 공연, 전시, 출판 등을 통해 소득이 발생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창작활동이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음악과 미술의 경우 교습활동을 통한 수입으로 공연과 전시를 개최한다. 공연과 전시로는 수입창출이 안 되는 것이다. 문학의 작품집 출판 역시 자비로 출판한다. 곧 예술활동은 수입활동이 아닌 소비활동인 것이다. 때문에 예술가들은 두 개의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다. 수입직업(비예술활동)과 소비직업(예술활동)으로 말이다.

그럼 예술인은 왜 그러한 삶을 사는가?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예술인하면 치열한 장인정신, 예술적 창조를 위한 예술가적 영혼을 떠올린다. 경제적 보상은 미미하지만 창조적 활동에서 얻는 자기 만족감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곧 예술인이 가는 가치이자 삶이다.

한 경영학자는 예술인은 그들의 가치관으로 인하여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예술인은 경제적 여유가 발생하면 자신의 생활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예술 활동에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로서 좀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는 단순히 타인과의 경쟁을 넘어 자기 자신과의 예술적 싸움에서 이겨내려는 것이다.

예술인 복지의 핵심은 빈곤에 놓여 있는 예술인들을 단편적 구휼이 아닌 예술인이라는 직업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한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활동만을 통한 경제적 보상이 최소한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개인적인 후원체계에 의존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직업 집단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직업 집단과 유사한 수준의 경제적 보상체계를 마련하여 전업예술인이 직업군으로 자리잡는 것이 예술인복지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술활동이 경제적 활동임을 인정하는 애호가들의 인식전환도 요구된다. 예술가가 공연을 개최했을 경우 티켓을 초대권으로 하거나 정상 가격의 티켓가격으로 매표하지 못한다. 애호가들이 공연준비에 투입된 비용만큼의 정상가격 티켓을 비싸다고 외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무역`처럼 `공정티켓운동`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술활동은 공공재 활동으로 인정된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예술활동에 재원을 보조하거나 문화복지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예술인의 복지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예술인의 복지향상은 그들의 안정적이고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시민의 문화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곧 예술활동의 열매는 시민들이 가져가는 것이다. 문옥배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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