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가구당 도서구입비가 지난 몇 년 중에서도 최저였다는 기사를 읽었다. 대표적 이유로는 저출산으로 어린이 책 구매가 줄어들었고, 불황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을 여유가 없어졌으며, 영상 세대인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 꼽혔다. 도서관이 늘어나 시민들이 도서를 구입하기보다는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도서관의 책 구입비나 대출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런데 가구당 도서구매 금액이 줄어든 데다 책 소비자까지 온라인 서점에 뺏기고 있는 이때에 책방 문을 여는 작은 서점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최근 전국에 퍼지고 있는 작은 책방은 열심히 책을 읽던 독자가 책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과 안목을 바탕으로 판매자로 선회하여 문을 연 경우가 많다. 이들 책방은 서적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음료를 팔아 적자를 메꾸고, 독서 토론이나 영화 모임을 열며, 책을 집필한 저자 특강을 주최한다. 때론 북 콘서트나 젊은이들의 공연을 열고, 그림도 전시하며, 제주도나 강원도 등의 지역 서점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하기도 한다. 서점이라는 공간을 문화 복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으로 볼 때 가게를 작게 꾸리는 것은 불황으로 인한 소규모 투자일 수도 있고, 책 판매 외에 다른 콘텐츠에 눈을 돌리는 것은 책만으로는 이윤을 내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다. 또 대박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고 가게 유지에 자족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종사하는 문화운동가로의 판매자의 태도나 자긍심과도 연관이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새로운 책방이 가진 차별성이다. 공간은 작지만 이곳에서 유통되는 문화는 매우 전문적이다. 또한 가게 주인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을 다루니 분위기가 즐겁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문화적 취향을 가진 개인들이 일정한 공간에서 만나 교류하는 동호회 문화, 마니아 문화가 창업의 핵심인 동시에 영업의 키워드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깊숙이 빠지는 것이 곧 자본이 되는 시대가 살짝이나마 열린 것이다. 이 재미있는 이벤트에 동참하고 싶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은 무엇인지부터 찾아야 하는 게 선행 조건일 것이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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