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봄. 아직 서툰 봄이지만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소가 있다. 세계적인 생태습지로 손꼽히는 전남 순천만이다. 필자도 황금빛 갈대의 물결, 갯벌에 노니는 게와 짱뚱어, 철새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 생태습지의 퇴적물은 미생물과 수생식물의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이는 곤충, 어패류의 먹이가 되고 이들은 다시 물새, 수달 등의 먹이사슬로 이어진다. 동식물들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 양분이 된다. 자연 생태계의 섭리가 신기할 따름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지식재산권 분야도 자연 생태계의 섭리와 비슷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기술과 지식재산이 새로운 산업, 일자리 등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부가가치는 다시 투자로 이어지고, 또 다른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의 지식재산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 같은 지식재산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빛을 발한다.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한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성공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럼 지식재산 생태계가 국가 경제에는 어떤 영향력을 미칠까? 지식재산 집약산업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14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지식재산 미래전망 연구보고서)를 살펴보자. 미국은 지식재산을 통해 2710만 명의 일자리와 5조600억 달러, 유럽은 5700만 명의 일자리와 4조7000억 유로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재산 시장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을 모두 견인하는 가치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을 위한 선순환적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지식재산 생태계의 현 주소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특허출원은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아직 부족하다. 원천기술과 핵심특허의 부족으로 지식재산권 사용료 수지는 36억 달러 적자(`16년 세계은행)를 기록했다.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지식재산권 보호환경도 세계 49위(`16년 세계경제포럼)다. 우리 기업들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지식재산의 양적 성장에 걸맞은 수익과 가치가 창출되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야 한다. 특허청도 우리 기업들이 강한 지식재산권으로 시장을 선점하도록 돕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우수 특허를 확보하는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IP-R&D 전략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업이 강한 특허로 자금을 확보하도록 IP금융도 지원한다. 수출 성장잠재력이 높은 기업은 글로벌 IP기업으로 선정해 해외 진출도 돕고 있다. 수출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중소·중견기업의 강한 지식재산을 창출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필자는 선순환되는 지식재산 생태계의 구축이 우리 경제를 다시 우뚝 서게 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우리 기업들도 강한 특허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지식재산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창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서길 기대한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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