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 갱들의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서로 담력을 겨루는 극단적인 게임이 하나 생겨났다.

차량 2대가 마주 보며 전속력으로 돌진하다가 먼저 핸들을 꺾는 쪽이 지는 경기다. 지는 쪽은 겁이 많아 도망가기 일쑤인 닭에 비유돼 `치킨게임(chicken Game)`이라 불렸다.

치킨게임하면 1955년에 개봉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미국 배우 제임스 딘과 사랑의 라인벌인 버즈가 밤에 해안 절벽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치킨게임의 약간 변형된 형태의 이 장면은 화제를 일으키며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도 행해졌다고 한다.

치킨게임은 대중들에게 영화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바 미사일 위기다. 동서 냉전이 극해 달했던 1962년 당시 소련이 미국을 겨냥해 쿠바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하자 미국이 반발해 양국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양국이 자존심을 걸고 끝까지 갔다면 자칫 공멸의 길을 택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제임스딘과 버즈의 무모한 자존심 대결은 당사자 단 2명에 불과하지만, 국가간에 치킨게임이 벌어지면 목숨을 걸어야 할 사람은 비단 정치인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센카쿠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던 때 미국의 한 연구소가 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시뮬레이션을 한결과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다행히 전쟁은 치르지 않았지만, 중국이 정치, 민간교류 등 전방위에 걸친 강력한 보복에 나서면서 양국은 중국 관광객 감소, 중국의 대일 수출 감소 등 경제 사회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결과적으로 중국, 일본 어느곳도 실익을 얻지 못한 셈이다.

그런 중국이 이번엔 사드배치 보복의 일환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한국여행 상품 판매 금지 조치 등 전방위로 압력을 가하며 공격을 가하고 있다. 당장 청주공항 국제선 이용객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감소했고 사드 도입과 배치 운용 등 상황 전개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치킨 게임의 결말은 대체로 좋지 않다.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상호존중과 소통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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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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