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교통 패러다임을 바꾸자] ⑤ 해외 순환도로 사례

베이징 도심도로 사진=연합뉴스
베이징 도심도로 사진=연합뉴스
해외의 순환도로 건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교통체증을 해소한다는 기본적인 목적을 넘어 도시재생 및 친환경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 선진국을 비롯해 아시아권까지 순환도로 건설은 교통 패러다임의 필수적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중소도시의 순환도로 건설은 투자우선순위가 높고 중앙정부의 투자비 지원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국내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순환도로 건설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지만 정부의 늑장대응에 따른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해외 모범 사례를 통해 대전지역 순환도로 건설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해외 각국 정부 투자 적극적 = 일본, 영국, 독일 등 해외 각국에서는 순환도로 건설 이후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순환도로의 녹색성장 가능성`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은 1987년 녹색당이 제3당으로 성장한 후 대규모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환경문제에 봉착했다. 1980년대 후반 7000㎞의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자연과 경관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이유로 철회되고, 대신 중소도시 순환도로(우회도로)를 건설했다.

독일은 이후 도로투자우선순위를 높이고 있으며 현재도 인구 8만 명 이하의 중소도시 순환(우회)도로에 대해서는 연방정부에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은 1950년대부터 자동차 교통에 대응한 우회도로(bypass)를 건설하기 시작해 현재의 고속도로망을 형성했다. 1980년대의 경우 지방도시 우회도로 건설 시 정부로부터 교통보조금 50%를 받았으며, 1990년대 초기 지방정부의 도로사업이 대부분 우회도로 사업이었다. 1995년 우회도로에 의해 통과교통이 감소하면서 시가지 공간구조에 변화가 있었고, 보행자·자전거·장애인 등이 큰 혜택을 받았으며 경제적 편익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도 중소도시의 우회도로는 환경, 안전 등의 이유로 투자우선순위가 높다.

특히 세계 주요 도시들은 순환도로망 건설을 통해 도시의 환경 및 통행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대부분 200㎞ 이상의 대규모 순환도로망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대도시(방콕, 호치민)에서도 순환도로망이 건설됐다.

◇순환도로 건설의 효과 =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 순환도로망은 큰 효과를 거뒀다.

암스테르담 및 북해 북부지역의 접근성 개선, 지역의 도로여건 개선 및 경제개발 여건 창조 등을 목표로 1990년 개통됐다. 이후 교통혼잡 감소로 총 통행시간 손실이 20% 감소했다. 또한 순환도로 개통 후 운전자의 행태 및 경로변화로 출발시간이 변했고 도시 내 통과교통이 반감했다. 도시 내 총 주행거리는 38% 줄었다. 특히 교통사고 건수가 4% 감소했고 배출가스 및 소음수준이 저하됐다.

일본의 경우 단구간의 우회도로 건설 후에도 사후평가를 통해 개통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5㎞ 이하의 짧은 우회도로 건설 후 도심부 도로의 주행 속도 증가, 지·정체 길이 감소, 교통사고 발생 감소 등의 효과로 혼잡비용이 감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가지 교통혼잡 개선으로 지·정체 구간의 감소, 버스대기 시간 감소, 소음 및 CO2 감소 등 환경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연구원은 순환도로는 환경친화적이며 전국 규모의 건설시장으로 녹색성장 유도가 가능, 시가지 관통 교통량이 우회하게 됨으로써 도시 내 교통소통에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여유있는 도로공간을 보행자, 자전거 등에 할애함으로써 도시의 재생 및 안전성 제고에 기여, 환경오염물질 배출감소로 환경영향을 저감한다는 것. 특히 교통사고 감소에 효과적, 물류시설의 외곽 배치로 물류산업의 효율화 기여 및 물류혁신 기대, 새로운 순환도로 건설로 일자리 창출 및 건설산업 진흥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 사례 벤치마킹 필요 = 세계 곳곳의 순환도로 건설은 벤치마킹 대상이 된다. 국내 여건과 지리적으로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순환도로에 따르는 장점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시 외곽을 도는 1000㎞의 제7 순환도로는 지난해 하반기 완공돼 베이징 도시권역이 뉴욕의 2배로 확장됐다. 베이징 대외환고속공로(大外環高速公路)로 이름 붙여진 제7 순환도로 완공으로 허베이성과 톈진(天津)시 주민이 베이징까지 차로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해 졌다. 제7 순환도로 완공으로 베이징에서 30분 거리에 위성 마을이 조성됨으로써 도시권역이 27만㎢로 확장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13만 8000㎢인 미국 뉴욕의 2배이며 일본 도쿄의 도시지역 3만 5000㎢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이징 도심의 교통 혼잡도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국은 제7 순환도로가 화물트럭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M30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도심을 순환하는 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22.2㎞에 이른다. 터널 구간은 총 4개, 이 중 3개는 튜브가 2개다. 상행선·하행선 차량이 3차로 튜브를 타고 달린다. 총 7개의 튜브 길이를 합하면 43㎞에 달한다. 특히 마드리드시는 M30 지하화 필요성에 따라 관광교통국 산하에 `마드리드 M30 콜` 회사를 설립해 지하화를 진행했다. 예산 39억 유로를 책정해 2004년 9월부터 2007년 중반까지 4개의 터널 구간을 뚫는 대형 공사를 진행했다. 마드리드의 외곽순환도로 재개조는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화화에 따른 다양한 이점이 세계 곳곳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 2010년 M30의 벤치마킹에 나선 바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해외 곳곳에서 순환도로 건설이 따른 다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대전은 지리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맞지만, 다양한 효과를 바탕으로 분석하게 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순환도로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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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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