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곰은 두 다리로 일어나 2m나 되는 그 거구를 과시하면서 삼림이 떠나갈 듯한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울부린은 도망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독한 고함소리를 지르면서 공격을 계속했다. 그걸 보고 갈색곰이 질렸다.

"이런 미친놈 같으니…."

갈색곰이 등을 보이면서 도망갔다. 놈은 그래도 자존심을 살리려는 듯이 어슬렁 어슬렁 천천히 도망갔다. 미국 삼림의 무법자 갈색곰이 자기보다 덩치가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울부린을 감당 못하고 도망갔다.

울부린은 그래도 도망가는 불곰을 몇 십 m나 추격하더니 되돌아 왔다. 그리고 울부린은 불곰으로부터 약탈한 먹이인 사슴을 당당하게 차지했다. 맛있는 갈비뼈를 먹고 나더니 전리품의 옆에 앉아 지켰다.

"이건 내것이니 어느 놈도 탐내지 말라"라는 태도였다. 기가 차는 놈이었다.

세실교수는 며칠 동안이나 그걸 지켜봤는데 아무도 그 미친놈으로부터 먹이를 뺏으려는 놈이 없었다.

울부린은 분명히 용감한 살육자였고 훌륭한 싸움꾼이었으나 세실교수는 그놈이 다른 짐승을 사냥하는 것을 보고 멋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실교수는 그놈과 비슷한 어떤 권투선수를 알고 있었다. 그 선수는 연전연승이었고 큰 선수권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인기가 없었다. 그 선수의 특징은 아무리 두둘겨 맞아도 쓰러지지 않고 끈질기게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선수를 공격하는 선수는 일방적으로 공격하면서도 그만 자기가 지쳐 항복하고 말했다. 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도 역시 보는 데 지쳐버렸다. 그 선수에게는 깨끗하게 한방을 날려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 없었으며 그래서 인기가 없었다.

그런데 세실교수는 아프리카의 강변에서 그런 깨끗한 한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선수를 봤다. 사자였다. 뭇 사자를 끌고 있는 두목사자였다. 검은 갈기를 갖고 있는 그 수컷은 거대한 덩치를 갖고 있었으나 사냥을 하지 않았다. 놈은 암컷들이 잡아온 먹이를 얻어먹고 잠만 자는 놈이었다.

그런데 세실교수는 어느날 한 무리의 사자들이 큰 물소 한 마리를 사냥하고 있는 것을 봤다. 그 물소는 뭇 암컷 사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도 끄떡하지 않았다. 워낙 덩치가 크고 완강했고 두꺼운 껍질과 지방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암사자들의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암사자들이 지쳐 공격을 중단했는데 그때 저쪽 20m쯤 떨어진 곳에서 두목 수컷이 나타났다.

"아니 그까짓 물소한마리를 잡지못해 모두 비켜. 내가 할테니…."

두목사자가 포효했다. 그리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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