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지만,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공공연히 듣게 된다. 뉴스에서 요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입학 준비를 위해 구매해야 할 준비물의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을 보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사용하게 될 컵이나 도시락, 턱받이, 낮잠이불, 가방 등에 특별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용품들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은 구매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자녀의 수가 하나 또는 둘이다 보니, 내 아이에겐 더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직 명확한 사고가 형성되지 않은 영·유아이기 때문에 어떤 물건이 더 좋고 나쁘고를 구분하기 어렵다. 단지 부모들은 좋은 물건을 구매하고 준비하면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 한 것으로 행복해 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말이다. 예전 필자가 성장할 시기엔 형제자매가 많아서 물려 입는 옷이 많았고, 언니가 사용하던 도시락과 도시락 가방을 받으면 참 기쁘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초등학교에선 분실물 보관 장소에 아이들이 놓고 간 다양한 물건들이 많은데도 찾으러 오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살기 좋아지고, 다양한 것들이 돈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현실에서 볼 수 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사회적 계급이 결정된다는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부익부, 빈익빈 심화의 사회적 문제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인류역사에서 빈부격차가 늘 있어왔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정 형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양육비용의 격차가 금수저, 흙수저를 실감나게 하고 있다. 사회환경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을 양육할 돈이 없어 자녀를 낳아 키우기가 어려운 세상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은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자녀를 위한 부모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장래가 달라지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은 돈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돈을 들이면서도 아이들을 지혜롭게, 또한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다. 윗사람을 보고 배우는 부모와 그 부모를 또 보고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잘 알지만 우리 아이들을 바르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 부모와 자녀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의 인성을 위해 부모가 얼마나 건강한 생활을 하느냐가 진정한 삶의 기준이고 잣대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금수저 인생으로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내 아이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더 즐겁게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해 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아이를 위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장혜자 대덕대학교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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