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은둔해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지 한달여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충무로에서 대한민국 반사모 중앙회 등 단체 주최로 열린 다과회에 참석, 그동안 자신을 지원해준 반사모 회원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시한 뒤 향후 계획 등을 들려줬다.

행사 시작 30여 분 전인 오후 2시 30분쯤 부인 유순택 여사와 함께 월간 외교전문지 디플로머시(회장 임덕규) 사무실을 찾은 반 전 총장은 기다리고 있던 임 회장과 신경식 헌정회장, 곽정현 충청향우회 중앙회 전 총재,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등과 잠시 담소를 나눈 뒤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다과장에는 반사모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공헌포럼, 바른반지연합 중앙회, 반사모 중앙산악회, 대한민국 범보수 대연합 회원 등 200여 명이 박수로 반 전 총장을 환영했다.

이들은 `반기문 전 유엔총장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우리나라는 지금 민생과 안보, 경제 등 많은 부분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 여야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 국민대통합을 만들어내실 대통령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이)대선 불출마 선언을 철회하시고 대통령에 출마하시기를 진정으로 원한다"고 대선 출마를 거듭 요청했다.

이어진 축사에서도 반 전 총장의 역할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바른정당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예산)은 "반 전 총장께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서 달라"며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큰 그림을 그려달라"고 말했다.

곽정현 전 총재는"충청도 대통령만이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등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 뒤 반 전 총장에게 붉은색 넥타이를 선물하며 "(대선 출마로) 다시 한번 몸을 불살라 달라"고 요청했다.

반 전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선 불출마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현실 정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10년 전에는 지역감정만이 문제였는 데 임기를 마친 뒤 귀국해보니 세대갈등과 빈부격차 같은 분열상이 극심했다. `정치 교체`를 하고자 했는데 이제 소박한 꿈을 접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모든 문제가 정치로부터 비롯된다"며 "어떻게 세우고 발전시킨 나라인데 정쟁만 벌이는지 정치지도자들에게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정치는 떠났지만 조국과 향도(충청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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