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곳곳에 자동차가 넘쳐나면서 주차난은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사람에 치이기보다는 이젠 자동차에 치이는 세상이다. 자동차 등록대수 2000만대 시대를 맞이한 지도 한참 지났다. 그런데도 주차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 갈등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는 2099만대로 주차장 면수는 이와 비슷한 2033만 개에 달한다. 96.8%의 주차장 확보율 수치만 놓고 보면 주차난이 덜할 것처럼 보이지만 최소 필요 주차장 확보율 130%에는 크게 못 미친다. 만성적인 주차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주차난의 원인은 주차수요의 시간대별 불일치에서 빚어지고 있다. 공동주택 주차장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텅텅 비어 유휴공간으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고 상가나 학교, 교회, 공공기관 주차장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점에 착안해 낮 시간대 비어 있는 공동주택 부설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돼 주목을 끈다. 전체 주차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동주택 부설주차장은 현행법상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돼 이용이 제한돼 있다. 정부가 만성적인 주차난 해결을 위해 공동주택관리법을 손질해 이들 부설주차장도 일반인에게 유료 개방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주차장 개방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할 방침이다. 주차장 운영은 해당 지자체가 입주자 대표회의와 협약을 체결해 공공기관이 운영·관리하는 준공영주차장 형태를 띠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도 수익이 생겨 반대하지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바자회를 여는 등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빈 주차장을 유료화하면 그만큼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지자체로선 주차난을 덜고 아파트 입주자에겐 수익을 주는 구조다.

공영주차장 한 면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4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3000만 원이 들어간다. 전국의 지자체가 재정여건과 토지 부족을 이유로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빌려주고 나눠 쓰는 공유경제 시대를 맞아 주차정책의 패러다임이 주차장 확보가 아닌 공유로 전환한 것은 당연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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