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나들이]

해빙
해빙
영화 `해빙`은 무의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때 미제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의 한 신도시. 병원이 도산한 후 이혼을 하고 선배의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사 승훈은 치매에 걸린 정 노인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의 건물 원룸에 세들어 산다. 어느 날 정 노인이 수면내시경 처치를 받던 중 가수면 상태에서 조용히 읊조린다. "팔 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호대교에." 살인 고백 같은 말을 들은 승훈은 부자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된다.

혼자 들었기에 기록도 없고, 깨어난 노인은 태연하다. 게다가 이 노인은 자신이 세든 건물 집주인의 아버지다. 수면내시경을 한 의사 승훈은 그 날부터 빠져나올 길 없는 의심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휴식의 공간이어야 할 집은 들어가기도 무서운 곳이 되고, 집주인 부자의 친절도 섬뜩하기만 하다. 남에게 이해시킬 수도 없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도 없는 의혹과 공포의 한 가운데, 승훈의 시선과 심리를 쫓아가는 영화는 주인공이 절대악인 살인마를 찾고 추격하는 한국 스릴러의 패턴과는 다르다. 살인의 공포는 승훈과 함께 관객 또한 숨쉴 틈 없는 서스펜스로 조이며 심리스릴러의 새로운 재미를 선보이고 제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비밀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퍼즐처럼 맞춰져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는 미스터리 본연의 재미에 충실하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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