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일한다는 것

출근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대부분 지쳐 있고 표정이 어둡다. 그리고 그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긴다. 지난 1월 중순에 육아 휴직 후 복직한 한 공무원이 일주일 만에 과로사 했다는 뉴스에 우리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 새벽에 출근해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복직하며 다시 일하게 돼 기뻐했다는 그에게 일의 즐거움은 금세 버거움이 됐고 그 버거움은 그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살인적인 초과 근무를 막아 보자는 움직임이 기업 자체에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비슷한 시기에 보도됐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 근무를 규정으로 하고 있는데, 노사 협정에 따라 최대 월 70시간까지 잔업을 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뉴스에 사례로 소개된 31세 남성(미쓰비 전기 근무)은 한 달에 이틀 쉬면서 과로사 라인의 두 배인 160시간 이상 야근을 반복했고, 폭언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것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2015년 12월에는 일본 1위의 대형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이 월 105시간 초과 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SNS에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자고 싶다는 바람 말고는 감정을 잃었다`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 해도 일이 삶의 전부가 되면 더 이상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물며 직업으로서만 그 일을 하는 거라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유니버섬이 세계 직장인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7개국 중 49위고 위에 언급한 일본은 47위라고 하는데, 이런 근무 환경이 행복지수에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에서 일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돌풍을 일으킨 기시미 이치로가 처음으로 `일`만을 중점적으로 다룬 이 책은 `잘 살아가기 위해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는 일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연관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한 문제에 아들러 심리학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과연 잘 살아가기 위해 일한다는 것은 뭘까.

일은 생계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가치를 담고 있으며, 개인을 타인·사회와 연결해 준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자연스럽게 "무슨 일 하세요"라고 질문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일은 한 사람을 대변하는 큰 요소다. 그런 `일`이 자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껴지거나 가치를 느끼지 못할 경우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겨우 잡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좋을까.

각자 그 계기는 다르겠지만 왜 일을 하는지 혹은 이 일이 내게 맞는지 생각하게 되는 시기가 있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호창 기자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을유문화사/ 218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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