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철학사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에 대해 `한가한 사람들이 즐기는 지적 유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참다운 철학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철학의 본질은 삶 자체가 던져주는 문제에 해답을 찾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명언 철학사`는 현실 개조나 변혁에 눈을 돌리지 않는 철학은 뿌리를 잃어버린 공허한 지적 유희나 자기 위안으로 끝날 뿐이라고 말한다. 관념론 철학이 인류사에 일정한 기여를 했지만 해방 후 관념론 일변도였던 우리 철학계가 과연 우리 민족을 위해서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 돌아보면 그 한계는 명확히 드러난 다는 것.

철학은 과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인생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가 과학 연구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상상력에 의해 절대적인 진리를 가정하고 거기에 맞춰 인간이 살아가기를 요구하는 것과 다르다. 철학과 종교의 차이란 곧 과학 연구 결과를 수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는 철학의 학문적 단초가 세워진 고대 그리스부터 과학과 철학의 영역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책의 저자는 특히 우리나라에 관념론 위주의 철학과 철학자들이 편중돼 알려졌다는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며 `철학(자)의 현실 참여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신념 아래, 유물론을 바탕으로 사상의 꽃을 피웠던 철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잘 알려진 철학자라 할지라도 기존의 관점 수용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하면서 그들의 말과 삶을 분석한다. 철학자들의 말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을 비교적 자세히 해설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각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범위에서 철학자들의 생애도 친절하게 소개한다.

특히 철학자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ID카드, 의문이 생길 만한 문제들을 SNS 대화창으로 다룬 `철학 꿀딴죽` 등 현대적인 구성으로 철학을 올드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독자들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한다.

이 책은 철학에 다가서고 싶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철학 초보자와 인문학 공부를 시작한 청년 및 청소년 등에게 흥미롭고 유용한 인문학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박영문 기자

강대석 지음/ 푸른들녘/ 40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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