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했다. 사람들은 그런 처참한 광경을 보면서도 뭔가 속시원하고 상쾌한 감정을 느꼈다. 큰 선수권이 걸려 있는 권투시합경기를 관전한 것 같은 감정이었다.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었던 살육과 투쟁 본능이 작동한 것 같았다. 퓨마 서발 설표 등등 고양이 종류 포식동물들이 갖고 있는 살육과 투쟁본능이 사람에게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포식동물들 중에서 가장 사냥을 잘 하는 종류는 고양이 종류들일까. 그렇지 않았다. 세실교수는 오랜 조사 경험으로 포식동물들 중에서 가장 사냥을 잘 하는 종류는 고양이 종류가 아니라 족제비 종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족제비 종류의 짐승들은 어미 뱃속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짐승을 죽이겠다는 살육 본능을 갖고 나온 것 같은 놈들이었다.

동물학자들은 동물 중에서 가장 살육성이 강한 고양이 종류 족제비 종류들을 식육목(食肉目)으로 묶어 분류했는데 족제비 종류는 그중에서 가장 덩치가 작지만 가장 살육성이 강했다. 족제비 종류는 허리가 길고 발이 많이 짧고 꼬리가 긴 짐승이었는데 북미 아시아 유럽 등 세계 여러곳에서 산다.

세실교수는 몇 년 전에 미국 텍사스주의 초원에서 그 족제비 종류에서도 가장 덩치가 작은 오고조가 토끼사냥을 하는 것을 관찰했다.

오고조는 몸 길이가 18cm 꼬리가 10cm 무게가 300kg쯤 되는 쥐 만한 짐승이었는데 그 쥐 만한 놈이 몸무게가 8㎏나 되는 눈토끼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때 눈이 80cm쯤 쌓인 설원에 눈토끼가 껑충 껑충 달려가고 있었다. 눈토끼는 유난히 뒷다리가 긴 대형토끼였기 때문에 힘차게 땅을 차 눈가루를 날리면서 뛰어가고 있었는데 쌓여 있는 눈 속에서 쥐 만한 짐승 한 마리가 뛰어나왔다. 오고조였는데 오고조는 눈 안을 미끄러지듯 뚫으면서 토끼를 추격했다.

토끼는 그놈을 발견했으나 쥐 만한 놈이었기에 크게 겁을 먹지 않고 평소처럼 뛰어갔다. 설마 그런 놈이 자기를 습격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으나 그게 실수였다.

오고조는 화살처럼 빨랐다. 그놈은 뛰어가는 토끼의 배 밑에서 위로 뛰어오르면서 목줄을 물었다. 오고조는 그리 크지 않은 아가리를 갖고 있었으나 거기에는 면도칼 같은 이빨이 있었다.

도망가는 토끼의 목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하얀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토끼는 대가리를 흔들면서 목줄을 물고 대롱거리는 오고조를 뿌리치려고 했으나 오고조는 떨어지지 않았다. 떨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토끼의 몸에 내놓는 상처를 더 크게 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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