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표정변화가 크지 않은 김 감독을 웃게 하는 것 두 가지, 하나는 투수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나머지 하나는 바로 오리고기이다.

사실 오리고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은 아니었다. `닭 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 `오리고기를 잘못 먹으면 손발이 붙는다` 등의 속담을 보니 오리는 우리 민족에게 그리 사랑 받는 음식은 아니었나 보다. 90년대만 해도 오리고기집보다 보신탕집이 더 많았을 정도로 오리요리를 하는 식당은 많지 않았고, 삼계탕으로 대표되는 닭의 소비량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지금처럼 오리요리가 인기를 얻게 된 것은 2,000년대 이 후 건강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 때부터 오리음식점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고, 마트에서는 오리고기를 주요 정육 상품으로 내놓았다. 10년간 오리소비량은 4배 이상 증가해, 닭, 돼지, 소고기 뒤를 쫓기 시작했다.

오리를 뜻하는 한자는 `鴨(압)이다. 첫째를 의미하는 甲(갑), 새를 뜻하는 鳥(조)의 합친 말로 새 중의 으뜸임을 나타낸다. 원나라 때부터 시작된 북경오리는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조리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음식이다. 1970년대 `핑퐁외교`라 불리는 중미수교 당시 협상의 진전이 없던 차, 중국의 주은래가 미국 특사 헨리 키신저와 북경오리 식사를 하면서부터 협상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오리외교`란 말도 이때 나온 이야기.

오리고기를 건강식이라 하는 것의 맹점은 오리의 `불포화지방산`, 즉 오리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 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고, 살도 찌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엔 의문이 있다. 지방산은 그 구조에 따라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으로 나뉜다. 불포화지방산은 세포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우리 몸에 필요한 지방이다. 그리고 둘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상온에서 포화지방은 고체 상태, 불포화지방은 액체상태가 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포화지방을 섭취 했을 경우엔 몸 속에서 굳은 기름이 되어 혈관, 장기에 붙게 되는 것이고, 불포화지방을 먹었을 때는 액체로 녹아버려 체내흡수 및 배출이 용이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오리고기는 몸에 이롭고 보양식이 된다는 말인데, 사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으로만 이루어 진 것은 아니다. 여타 육류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포화지방산 또한 포함되어있다. 적당량 이상 섭취했을 경우 혈관에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고, 지방에 상관없이 열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먹고 나서 운동하지 않으면 살이 찌는 것 또한 다른 육류와 차이가 없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고기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독특함에 있겠다. 생 오리고기를 접하고 나면 당황스럽다. 보통 닭고기를 닮았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소고기에 가깝다. 그리고 조리하면 다른 육류에서 느낄 수 없는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다른 동물들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고 한다. 새로운 식 재료, 고기를 만날 때마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참 고맙단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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