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한 가지씩 부족한 다섯 친구가 있었다. 특별하게 잘나지는 않았어도 오손도손 정답게 살고 있는 이들에게 어느 날 완벽한 새 친구가 찾아와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대답에 완벽한 친구는 "맙소사! 어떻게 아무것도 안할 수가 있어! 무엇이든 할 일을 생각해 내야지! 그렇다면 너희들은 아무 쓸모가 없어!"라고 소리친다. 그러자 다섯 친구들은 자신들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어쩌다 작은 일이라도 한 가지 해낼 때 정말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완벽한 친구는 다섯 친구의 모습에 도리어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을 느낀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그림책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는 부족한 자신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조금 다른 시각을 제안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며" 완벽한 기계처럼 되기 위해 애쓰는 자세가 곧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긍정할 때 비로소 찾아오고 긍정의 출발선에서 조금 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인생을 걷는 멋진 태도일 수 있다.

새 학기가 되었다. 작은 민들레 같은 아이들이 자신의 몸집보다 큰 가방을 메고 초등학교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아이들을 보며 마냥 기쁠 수만은 없는 것이 그들의 12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어떻게 펼쳐질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수학문제를 풀거나 영어단어를 외우는 대신 운동장에서 바람처럼 달릴 때 아이들은 훨씬 잘 자랄 수 있다. 또 공무원시험 준비 대신 배낭여행지의 낯선 길에서 청년들은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도 있다. 어른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 스스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다음 세대에게 전혀 다른 모양의 행복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거나, 하루를 시간대별로 나누어 계획을 세우지 않아 불안하다면 오늘부터라도 부족해도 괜찮다고 자신에게 한번 속삭여주자. 부족해도, 바쁘지 않아도, 몸이 좀 아파도, 마음이 좀 우울해도 괜찮다고 서로를 다독이다 보면 그 위로와 여유가 힘이 되어 언젠가는 분명 크고 향기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 3-4월 2개월 간 오세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이은미(대전시립교향악단 기획팀)·박은숙(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씨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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