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권력분립이 제도화된 현대에 과연 탄핵이 필요한지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현실은 탄핵이 아직도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헌헌법 이전 일찍이 1925년 3월 18일 임시정부 이승만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의정원(입법부)은 5명의 심판위원을 선정해 그의 위법 사실을 조사하도록 하였다. 심판위원회 심리를 거치면서 탄핵은 면직으로 바뀌었고 면직안은 1925년 3월 23일 의정원에서 가결되었다. 탄핵심리 기간이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속전속결이었다.

미국의 탄핵은 하원의 소추와 상원의 심판이라는 두 가지 절차로 이루어진다. 하원의 소추에도 불구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존중하여 그 권한은 정지되지 아니한다. 이후 상원에서 전적으로 탄핵 여부를 심사하며, 탄핵시 사면을 금지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1998년 12월 19일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하여 미국 하원은 `연방 대배심원 증언 때의 위증`과 `사법방해`를 사유로 하는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1999년 2월 12일 상원은 탄핵안을 부결하였다. 탄핵심판 기간은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역시 속전속결이었다.

2000년 11월 7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앨 고어 후보는 선거인단 수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를 267대 246으로 앞서고 있었다. 대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하는데, 아직 2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플로리다 주의 개표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원칙에 따라 대선의 승패는 플로리다 주의 개표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었다. 플로리다 주의 최초 개표결과는 부시가 고어를 1784표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격차가 0.5% 이내인 경우 기계로 재검표를 해야 한다는 주법에 따라 재검표를 실시한 결과 격차는 327표 차이로 줄어들었다. 이에 고어는 다시 수작업 재검표를 청구하였다. 문제는 주법상 재검표는 7일 이내에 마쳐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주법원이 한차례 연장해 준 시한이 끝나도 재검표가 마무리되지 않자 주 국무장관은 537표차로 부시의 승리를 선언하였다. 그런데 2000년 12월 8일 주대법원이 고어의 이의를 수용하여 주 전체에 걸쳐 전면적인 재검표를 실시할 것을 명령하면서 대선 결과는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부시가 2000년 12월 8일 연방대법원에 상고하였다. 연방대법원은 2000년 12월 11일 구술변론을 마치고 2000년 12월 12일 플로리다 주법원의 개표시한 연장조치가 위법이며, 전면적 재검표는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연방대법원에 상고가 제기된 지 불과 4일만에 연방대법원이 결정한 것이다. `속전속결의 완결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역사상 이보다 더 빠른 결정은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물론 위 탄핵 및 선거 결정에 대한 비판이 없지 않다. 졸속이라는 절차상의 비판과 정치적으로 편파적이라는 내용적 비판이 비등하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구비된 현대 사회에서 과연 탄핵이 본래의 기능을 할까 우려하는 이른바 `박물관 유물`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기우`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탄핵은 대장간의 녹슨 칼이 아니라 `전가의 보도`로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영국 액턴의 격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왜일까? 아무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제도를 완벽에 가깝게 구비해도 권력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탄핵은 권력의 욕심에 대한 일종의 `브레이크`라고나 할까…. 그런 관점에서 우리는 영원히 권력에 브레이크를 원한다.

탄핵은 국민 전체와 관련되는 공적인 직무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관한 일반적인 민·형사 책임은 별론이다. 이번 기회에 선출직 공직자의 당선무효 여부에 대한 재판도 신속히 진행하도록 개정하여야 할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지연된 재판으로 인하여 인사와 권한 행사에 불확실성이 배가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인 국민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와 관련되는 공적인 직무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책임을 묻는 탄핵에 대하여 솔로몬이라면 신속과 완벽 사이에서 어떤 기준으로 판결을 할까 상상해본다.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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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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