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YMCA 한글교실 수료식

대전YWCA 시민학교 한글교실 수료생들이 27일 수료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YWCA 제공
대전YWCA 시민학교 한글교실 수료생들이 27일 수료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YWCA 제공
"우리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들 모두 건강하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부모에게는 효도하고 나라에는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중략) 우리 큰손녀는 내가 키웠는데도 지금도 할머니만 보면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애기 때 귀찮아서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27일 대전YWCA `2016년 시민학교 한글교실`을 수료한 주순자(64·여) 씨가 한글을 배운 뒤 우리 가족이라는 주제로 쓴 글이다. 언제나 가족 생각이 우선인 이 시대 어머니의 모습과 손녀 키우는 건 힘들었다고 투정부린 속마음이 유머러스하게 녹아 있다.

주 씨는 평생을 한글을 모르고 살았다. 가난한 시절 태어나 먹고 사는 것이 바빠 학교 다닐 수 없었고, 시집살이를 하며 아이를 낳고 바쁘게 살다 보니 글을 배운다는 것은 엄두를 못낼 일이었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다가 6년 전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배워서 무엇하나, 내 아이들만큼은 똑똑하게 키우자`며 평생을 살아왔지만, 아이들이 장성하고,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삶의 허무가 그를 찾아왔다.

주 씨는 수료식에서 "지금까지 살면서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엄마로, 부인으로, 며느리로만 살아왔다"며 "그래서 나도 나를 위해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한글 공부를 시작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한글공부가 무척 재미있지만 마음처럼 실력이 늘지않아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며 "나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씨와 같이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한글을 못 배우다가 느지막이 글을 배운 이들을 위한 졸업식이 열렸다.

대전YWCA는 27일 오후 2시 시민학교 강사, 학생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년도 시민학교 한글교실` 수료식을 진행했다.

이날 수료식에 참석한 이들은 대전YWCA의 시민학교 한글교실을 수료했으며 한글교실은 비문해 여성 및 시민을 대상으로 한글, 산수, 영어, 한자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전YWCA 김정아 간사는 "나이 드신 어머니들이 학교를 찾아 글을 배울 때 그들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며 "하지만 어머니들은 모든 것에 신기해하면서 열성적으로 공부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연세가 많지만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달 3일에도 새로운 학생들을 받는다. 지금까지와 같이 최선을 다해 그들이 한글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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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순자 씨 작품 사진.
주순자 씨 작품 사진.

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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