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크림 등 제과점 직접 제조 상품엔 표시 의무 없어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주부 채모(28·여) 씨는 최근 딸 생일을 축하해주려다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케이크를 예약하고 사흘 뒤 받으러 갔으나, 당시 예약한 케이크를 그대로 내줬기 때문이다. 채 씨는 제과점 사장에게 "케이크를 예약한 것은 당일 아침에 만든 신선한 케이크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따졌지만 "다른 손님이 사가려 해도 손님이 예약을 했기 때문에 팔지 않았다"는 엉뚱한 대답만 돌아왔다. 채 씨가 계속 항의하자 사장은 "최근 입고된 케이크를 주겠다"했고, 워킹맘인 채 씨는 마땅히 케이크를 구할 곳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케이크를 유치원으로 보냈다.

채 씨는 "유치원 생일파티에 쓰려고 케이크를 준비한 것인데 며칠이 지난 생크림 케이크를 내줬다. 아무 의심없이 유치원에 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며 "새롭게 받은 케이크는 아무 일도 없어 다행이지만 장이 약한 아이들이 케이크를 나눠먹고 탈이라도 났더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상황은 관련 법령이 미비하기 때문에 벌어졌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경우 본사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본사에서 보낸 냉동시트(빵)를 받아 생크림과 과일을 올려 매장에서 파는 케이크는 유통기한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소비자원 대전지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제과류와 관련된 피해사례 점수는 100건이다. 대다수의 사례가 이물질 발견이었으나, 유통기한 관련 문제로 신고를 한 것도 6건이나 된다.

통상적으로 생크림 케이크의 유통기한은 제조 후 이틀이고, 고구마·치즈 케이크는 3일, 버터(초코·모카·호두 등)는 4일 정도다. 하지만 관련 법이 미비하다 보니 이것이 잘 지켜지는지 소비자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지난 2014년 국민의당 황주홍 국회의원이 제과점에서 직접 만든 케이크에도 유통기한을 표시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또 주목할 점은 소비자원의 피해사례 중 이물질 발견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다수는 입을 모아 제과업계의 위생문제를 지적했다. 원활하게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짧게는 4-5일에서 일주일 넘은 상품도 판매하고,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 등 성수기에는 한 달 전부터 판매할 케이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제과점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이모(31)씨는 "유통기한을 묻는 손님의 질문에는 오늘 제조된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매뉴얼과도 같았다. 하지만 실상은 만든 지 오래된 상품"이라며 "그런 경험이 있어서인지 장사가 잘되고 상품의 회전이 빠른 가게만 찾아 다닌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곳은 케이크가 오래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 표시의 의무는 없지만 자체적인 운영방침을 세워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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