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드라마 방영이 많지 않던 1990년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TV 드라마로 방영된 판관 포청천은 당시 중장년층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고위 관리 등 탐관오리 등에게 엄벌을 내리는 모습에 국내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꼈다. 포청천의 이름은 `증`으로 청천은 그의 호다. 중국 송나라 시대의 판관인 포청천은 청렴한 관리의 기준이 됐고 그가 판관이던 시절 지혜로운 판결을 내려 많은 백성들이 따랐다고 한다.

하루는 포청천이 현령으로 있을 때 한 농부가 찾아와 자신이 키우던 소의 혀가 잘려 범인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포청천은 소를 잡아 고기를 팔라고 했다. 농부는 개인의 도축이 금지돼 있어 불법이라는 점을 알았지만 현령의 명령을 믿고 소를 잡아 팔았다. 얼마 뒤 한 사람이 관청으로 찾아와 농부의 불법도축을 고발했고 포청천은 그를 문책해 혀를 자른 것을 자백받았다. 포청천은 농부가 불법도축을 하게 되면 그 사실을 안 범인이 관청에 고발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이후에도 포청천은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왕족과 고위 관리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옳고 그름을 따져 벌을 내리는 명판관으로 명성을 이어나갔다.

정치가이자 법률가인 미국의 피오렐라 라과디아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뉴욕시장을 3번이나 역임했다. 그런 그가 판사로 재직하던 1930년 한 노인이 빵을 훔쳐 재판을 받게 됐다. 그 노인은 `일자리 구하기 힘들고 돈이 다 떨어져 사흘이나 굶어 빵을 처음으로 훔쳤다`고 말했다. 그러자 라과디아는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방청석에서는 판사의 벌금형 선고에 매정하다며 웅성거렸다. 판사는 빵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노인의 범죄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방청객들에게도 50센트의 벌금형에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라과디아는 이렇게 모인 57달러를 노인에게 건네줬다. 노인은 10달러 벌금을 내고 47달러를 받아 든 뒤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나갔다. 지금도 라과디아의 판결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고 칭송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에게 쏠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대한 판단을 앞뒀기 때문이다. 재판관 한 명 한 명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다만 그 판단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재판관을 협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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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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