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선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이윤선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최근 `공조`, `더킹` 등의 영화가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멋진 배우들의 출연으로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도시민 여가 생활 공간 중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대형 복합영화관은 보고, 먹고, 즐기는 3색 공간으로 짜여져 있다. 눈으로만 즐기는 것이 아닌 영화상영시간을 기다리면서 즐기는 게임과 영화 상영 중에는 팝콘과 각종 음료까지….

도시와 달리 농어업이 주요 먹거리이고 노인들이 많으며, 교통이 불편한 농촌 지역에서 이러한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것은 철저하게 남의 이야기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농촌에도 도시 못지않게 영화를 즐기면서 사는 동네가 있다. 바로 마을영화제를 만들어 문화사랑방을 운영하고 있는 논산시 가야곡면이 그 곳이다. 이 마을은 지난해부터 `과일향기 있는 마을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주민자치센터에 영화관을 만들고 주민과 함께 영화를 즐긴다. 계절과일과 주스 맛보기 등 체험행사와 함께 튀밥·주먹밥과 음료도 무료로 제공한다. 도시만큼의 화려한 맛은 떨어질지 몰라도, 시골답게 정겹고 화목하다. 동네이웃 주민들이 모처럼 만나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는 자연스러운 공동체 회복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마을의 대표조직인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세를 이용해 주민문화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주민자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면서 가능하게 됐다.

민선5기 이후 지금까지 충남도에서는 주민생활 단위에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자 주민(동네) 자치 활성화를 위해 시범공동체 발굴 및 육성, 지역리더 교육 등 다양하고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넘어설 수 없었던 높은 현실의 벽은 다름아닌 `자금(사업비)`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는 것이었다.

관의 지원, 마을 기금, 찬조금 등은 언제 없어질지 몰라 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고 자치의 정신마저도 훼손시킬 뿐 아니라, 건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비 집행이 가져 올 수 있는 마을의 피폐는 많은 경우에서 목도되어 왔다.

도에서는 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거듭한 결과, 지난해부터 시군의 협조를 받아 현행 제도적 범위 내에서 주민자치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납부하는 주민세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물론 현행 주민세는 보통세이기 때문에 직접 주민자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법·제도적 제약요인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도에서는 시장·군수를 상대로는 세출예산 편성 시 일정한 금액을 주민자치 분야에 우선 배정할 수 있도록 예산편성에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으며, 중앙부처를 상대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회비적 성격을 갖고 있는 주민세(개인균등분)를 동네자치세로 전환해 목적세화해 줄 것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관련 중앙부처에서는 우리도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시군에서는 주민세 징수액 대비 주민자치분야 세출예산 편성을 위해 노력하는 시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영속적인 재원 확보, 공동체 구성원 간 건전한 협의와 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통한 합리적 집행, 민선5기 이후 추진해 온 `충남형 동네자치`가 이런 모습이라면 그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윤선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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