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입춘이 지난 지 십수일됐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작금의 불행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나면서, 필자는 불현듯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저항시인이었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시(時)가 떠올랐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조국해방에 대한 간절함을 호소하던 당시 시대상황은,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속에서 겪고 있는 2017년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박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업을 경영하는 필자 역시 대한민국 경제의 `봄`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최근 삼성그룹 총수의 구속 사태를 외신들이 일제히 긴급 타전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한국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집중 보도하며, 각국의 기업들은 삼성의 위기를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러한 삼성그룹 브랜드의 이미지 추락은 한국 전체기업 및 국가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제지표들마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하고 있다. 기준금리 1%, 경제성장율 2% 및 가계부채마저 1300조 원에 다다르는 최악의 침체상황이다. 실업자수는 453만 명에 육박했으며,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떠안게 됐다. 또한, 대기업을 원하는 청년 구직자들의 중소기업 기피현상은 여전히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업들은 인력 미스매치에 따른 애로사항으로 인력수급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개척의지를 상실한 기업들이 수두룩하고, 과거 여러 악재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여왔던 기업가들마저 과감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일환으로 나눔에 앞장서는 기업들의 모습도 더는 찾아보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다.

2017년은 외환위기 사태를 맞은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던 1997년과 경제상황은 닮은꼴이지만, 진정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즉, 대내외 불확실하고 위험한 경제상황 속, `20년 전 우리의 자세`는 지금과 달랐다.

1997년 빼앗긴 들과 같았던 경제위기 속, 대한민국의 `금모으기 기적`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나라 빚이 총 1500억 달러가 넘었고, IMF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나라가 파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온 국민이 하나돼 자발적인 금 모으기운동을 전개해 약 227톤의 금이 모아졌고, 이는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초석이 됐다.

또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봉착한 지금, 새로운 기적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누고 화합하는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 난파 일보 직전인 대한민국이 다시 순항할 수 있는 20년 전의 `금 모으기 기적`이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하나된 지혜와 화합이 있을 때 만이, 빼앗긴 들에도 희망의 봄은 찾아오리라. 윤준호 성광유니텍·윈가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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