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현기 교무부장이 졸업생 대표에게 졸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맹현기 교무부장이 졸업생 대표에게 졸업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이호창 기자
"우여곡절 끝에 졸업식을 치를 수 있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나네요."

대전예지중·고등학교 졸업식이 열린 25일 오전 10시. 졸업식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학생의 졸업을 축하해주러 온 가족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학교 파행 사태가 장기화되며 졸업장에 교장의 직인은 없지만, 그토록 바라왔던 정식 졸업식인 만큼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 안고 지난 세월의 서러움을 달랬다.

학교 교무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졸업식에선 교장과 재단 이사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맹현기 예지중·고 교무부장은 "수년간 여러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학교가 정상화되기를 우리 모두 원했지만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며 "졸업장에 교장의 직인이 없어 졸업장을 나눠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졸업장을 나눠드리는 게 맞는 거 같았다"고 울먹였다.

졸업장 전달에 이어 졸업식 노래가 학교 대강당에 울려 퍼지자 졸업생들의 울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가슴속 깊은 곳에 응어리진 한(恨)이 한순간에 터져나온 것이다. 학교 내부갈등, 장기간의 학사 파행으로 인한 그동안의 서러움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졸업생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12회 졸업생도 문제해결을 하지 못하는 학교 측을 비난했다. 정상화를 촉구하면서도 흐르는 눈물에 축사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김봉식 씨는 "이 학교 졸업생이기 때문에 항상 대전예지중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당당하게 얘기한다"며 "지금 학교 일로 인해 참 창피하다. 예지의 정상화는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흐느꼈다.

졸업생들 역시 학교 정상화를 촉구했다.

고등학교 졸업을 한 김모(64) 씨는 "만학도가 많은 우리 학교가 계속 운영되길 바란다"며 "문제가 있는 학교장과 재단 이사들은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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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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