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무단 반입·반출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폐기물을 대량 반입, 대전지역 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26일 대전시, 원자력연 등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15·22일 두 차례에 걸쳐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보관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83드럼 (320ℓ)를 반입했다.

42드럼과 41드럼으로 나눠 반입된 원자력폐기물은 드럼에서 소량의 시료를 채취해 핵종재고량 및 특성분석을 실시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원은 이번 방사성폐기물을 들여오며 그동안의 운반 과정과 달리 비상 사태에 대비한 경찰 호송 및 예비차량을 확보하지 않고, 유동인구 및 차량 이동이 많은 퇴근 시간대에 운반해 충격을 줬다.

연구원은 시료분석이 완료되면 드럼상태로 전량 원전에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지역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물론 위험도가 높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이미 대량 반입된 상황에서 또 다시 방사성폐기물을 들여온 것은 시민안전을 등한시한 조치라는 것이다. 지역사회 일각에선 최근 원자력연이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을 규정·절차 등을 무시한 채 연구원 밖에 매립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연구원의 반출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대전시는 "원자력연이 시민들의 원자력안전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 대책 없이 방사성폐기물을 반입한 것은 대전 시민의 안전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즉각 반환을 촉구했다.

이어 "시민의 원자력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진출·입을 체크할 수 있는 `진출입 차량 방사능 측정 감시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원자력연에 요구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도 "그동안 원자력연은 사용후핵연료 보관 문제,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관련 원자력안전위원회 특별조사 결과발표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안전은 외면하고 연구목적만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여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 청장은 "정부는 원자력분야의 주민안전에 대해 지자체에 책임만 지울 것이 아니고, 지자체의 역할을 법적·제도적으로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재까지 대전에 반입된 타지역 폐 핵연료봉(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총 1699봉(약 3.3t)으로, 이 중 사용 후 핵연료봉은 1390봉, 손상된 핵연료봉은 309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대전에 총 2만 9728드럼이 보관돼 있는데, 이는 고리 원전 총 4만 드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성희제·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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