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시즌이 되면 특정 후보 지지를 표방하는 비공식 외곽 조직과 싱크탱크들이 생겨나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대선시계가 빨라지는 국면으로 접어들자 더욱 두드러진다. 이 부분에서 잰걸음을 하는 이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어제는 인텔 수석매니저 출신 인사와 일본 귀화인 교수를 인재영입 명단에 올리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자 같은 날 당내 경선 라이벌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변호사 119인` 지지 선언을 이끌어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각계 전문가 700명으로 구성된 지지 그룹을 발족시켰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력 대선주자들의 외곽조직으로 문 전 대표 측은 `정책공간 국민성장`과 `10년의 힘 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놓았고 안 전 대표 측이 선 보인 `전문가 광장`은 맞불 성격의 정책 개발 및 자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지지율이 낮은 여타 대선주자들도 이런저런 조직들이 뒤를 받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주자들이 후방에서 지원 조직이나 지원 단체를 두고 도움을 받는 것은 나쁘지 않다. 잘만 운용되면 해당 후보의 정책과 공약 개발의 밀도를 높일 수가 있으며, 자연히 국정 핵심과제에 대한 집중 학습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경험칙에 의하면 대개는 소위 가성비가 높지 않다는 쪽으로 평가가 기운다. 하나의 정책을 놓고 특정 대선후보를 돕거나 자문하고 보고서를 낼 정도에 이르려면 업무를 수행할 고급 인력과 예산이 따라줘야 한다. 결과물이 뽑아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도 소요된다. 싱크탱크라는 간판을 달든, 자문그룹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든 상관없이 다들 그에 걸맞은 이름 값을 한다고 보기가 꺼려지는 이유다.

누구를 공개리에 지지하고 돕는 것은 자유의사 영역이고 또 특정 진영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각 대선주자들 입장에서도 세가 불어나는 일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양태나 현상도 정치 구태의 한 단면일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칫 정책과 검증이라는 본질이 묻힐 수도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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