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연구개발(R&D) 생산성이 지난 2012년 이후 줄곧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향세도 문제지만 R&D 생산성 자체가 해외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이는 `단기성과`를 요구하는 과학정책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따르면 R&D 생산성은 지난 2012년 4.3%, 2013년 3.7%, 2014년 3.3%, 2015년 3%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R&D 생산성은 연구직접비(인건비 제외) 대비 기술료 수입으로 계산된다. 25개 출연연은 지난 2012년 연구직접비 2조 1138억 원을 투입해 기술료 수입 908억 원을 얻었다. 2013년에는 2조 2835억 원을 투입해 844억 원을, 2014년엔 2조 4322억 원 투입으로 807억 원, 2015년에는 2조 8202억 원을 투입해 856억 원의 기술료를 거둬들였다.

출연연의 R&D 생산성은 미국 산업연구 중심기관 10.0%, 독일의 프라운호퍼 연구소 7.7%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과학기술계는 단기 성과를 창출하기 바라는 정부의 하향식 과학정책이 이러한 결과의 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한 연구나 정권에 따라 바뀌는 과학정책은 과학의 자양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과학정책은 당장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과 같은 연구에는 관심이 덜하다. 기초과학을 등한시하고 트렌드에 따라 과학정책 노선을 정하면 R&D 생산성 상승은 물론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력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타만 노리는 정책이 아니라 홈런을 때릴 수 있도록 기초과학 등에 장기적으로 지원이 있다면 노벨상 수상, 성과확산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NST는 또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정부 정책 등으로 출연연의 R&D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출연연이 중소·중견기업으로 기술을 이전할 때 맺는 계약을 두 종류가 있는데 최근 정부는 경상기술계약을 맺는 것을 독려한다. 경상기술계약은 중소기업 등의 자금 사정을 고려해 일시불로 기술료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월세와 비슷하게, 전체 기술료의 일정액을 내고 나머지는 매출에 따라 납부하는 방식이다. 지난 20일에는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이 국회 해당 상임위에 재상정됐는데 이는 기술을 이전하고도 수입이 발생할 때까지 기술료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ST 관계자는 "지난 2015년 기준 전체 기술료 수입 856억 원 중 658억 원이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했다. 대기업 등은 자체 연구소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돼 기술료 수입이 많지 않다"며 "지난 2014년 출연연의 중소·중견기업 R&D 전진기지화 방안 이후부터 중소기업 등을 배려하는 정책들로 R&D 생산성이 상승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R&D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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