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좋아 `대륙의 실수`로도 불린 중국 샤오미의 제품들. 샤오미의 약진 뒤에는 `미펀(米粉)`이 있었다. 미펀은 샤오미의 온라인 팬클럽이다. 회원 수가 1억 명에 달하는 미펀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신제품 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가 하면 출시한 제품에 대한 의견 개진도 활발하다. 입소문과 네트워킹으로 샤오미 제품을 알리는 일등 전도사를 자처했다. 샤오미는 미펀의 피드백 덕분에 제품 개발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 보일 수 있었다.

미펀처럼 특정한 제품이나 스타 등을 선호하는 팬들의 움직임을 일컬어 `팬덤(Fandom)`이라 부른다. 팬덤은 열광자라는 뜻의 패너틱(Fanatic)과 세력권, 세력의 범위를 뜻하는 접미어 `덤(Dom)`의 합성어이다. 팬덤의 연원은 뿌리가 깊다. 예수가 기적을 보이며 복음을 전파할 때, 그가 출현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예수 팬덤`이었다.

팬덤은 시장에서도 큰 손이다.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가수는 발표 곡마다 팬들의 사재기에 힘입어 음원 차트 상위를 휩쓴다. 뮤지컬 제작사들은 팬덤의 충성도가 높은 스타를 캐스팅하는데 공력을 쏟는다. 팬덤의 구매력만 확보해도 기본 흥행은 순조롭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핫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내놓은 2집 앨범 `윙스`(WINGS)는 소설 `데미안`의 콘셉트를 차용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데미안`까지 손을 뻗어 2집 앨범 발매 후 3개월간 한 출판사에서만 데미안이 2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출판계에서는 팬들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며 `팬덤셀러(Fandomseller)`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팬덤이 그들만의 문화, 닫힌 문화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닐 때도 있었지만 최근은 달라졌다. 스타의 특별한 날,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를 실천하는 팬덤이 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의 팬카페는 지난해 10월 그의 생일을 맞아 아름다운재단에 600만 원을 기부했다. 송혜교의 팬클럽은 배우의 생일을 기념해 1122만 원을 모아 지난해 11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기탁했다.

정치인에게 팬덤은 양날의 칼이다. 든든한 자산이지만 그곳에 갇히는 순간, 스스로를 베인다. 팬덤을 넘어서야 정치인도, 국민도 산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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