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읽기]

◇토토의 희망(구로야나기 데쓰코 지음·서혜영 옮김)=1984년부터 1997년까지 저자가 13년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14개국을 방문한 기록인 `토토의 눈물`에 이어 그 후 18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이책은 세계 각지의 어린이들과 함게 웃고 울며 마음으로 나눈 따뜻한 기록들이 담겨 있다. 반복된 대가뭄으로 국토의 60% 이상이 사막인 모리타니에서 영양불량인 아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말라리아이다. 그러나 냉장고가 없어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코소보의 아이들은 내전으로 집을 잃고 부모를 잃었다. 소말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지뢰탐지기로 쓰이고 사람을 죽이기 위해 소년병으로 길러진다. 작가정신·1만 3000원·292쪽

◇고발(반디 지음)=몰래 피임약을 먹고 자신이 출근한 뒤에 또 밥을 짓는 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여행증 없이는 이동이 금지된 상황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노모의 임종을 지키려는 아들, 창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 큰아버지로 모시는 이에 대한 믿음과 당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재원, 배우인 아들이 보여준 현실의 부조리극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아버지.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북한에 살고 있는 저자는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도 지속되는 인간애와 희망을 역설한다. 다산책방·1만 3800원·276쪽

◇센서티브(일자 샌드 지음·김유미 옮김)=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대개 까다롭고, 비사교적이고,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회적 압박과 시선 때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남들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주변사람들의 말에 스트레스 받고 압박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불안, 우울, 자살의 위험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민감함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개발해야 할 대상이다. 우리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창의력, 통찰력, 열정 등이 민감함이라는 재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덴마크의 저명한 심리학자로 민감함은 결함이 아니라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말한다. 다산3.0·1만 4000원·244쪽

◇손석희 현상(강준만 지음)=손석희가 종편행을 결정했을 때 거의 모든 진보 인사가 도박, 배신, 실망, 투항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손석희를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 손석희와 종편인 JTBC는 공영방송을 능가하는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저자는 손석희 저널리즘의 특징과 한국 언론사에서 그것이 놓여 있는 맥락을 파헤친다. 손석희가 재벌 미디어그룹에 몸담고 있어 언론문제와 재벌문제는 분리할 수 없지만 언론 문제를 곧장 재벌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제안한다. 인물과사상사·1만 5000원·304쪽

◇마케팅 지배사회(송재도 지음)=현대 사회는 이미 충분한 물질 자원을 생산해낼 역량을 확보했다. 굶주려 죽을 가능성보다 비만으로 죽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해 강한 노동에 자발적으로 나선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다수가 패자로 규정되며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분야를 가장 먼저 이해하고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 마케팅이 인간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생각하게 한다. 들녘·1만 7000원·352쪽

◇지중해의 여름(한복용 지음)=2013년 첫 번째 수필집을 펴낸 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저자가 두 번째 수필집을 출간했다. 이 책은 고독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나가는 아름다운 몸부림과 이것의 그의 문학세계로 투영되고 있다. 치유 과정은 문학적 기법과 함께 아름답게 보여진다. 또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격조 높은 수필의 매력도 느껴볼 수 있다. 동성애자의 사랑, 윤동주의 추모제에 참여한 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수필 형식 속에 담아낸 것도 눈에 띈다. 자신을 소재로 한 부분에서는 문학성만이 아니라 반 평의 자유를 지키는 작가의 넓은 세상을 느낄 수 있다. 북인·1만 3000원·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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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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