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작의 기술

미켈란젤로의 경력은 위조꾼에서 시작됐다. 르네상스 시대에 최고로 평가받는 고대 로마 조각을 가짜로 만든 것이다. 천재적인 실력을 뽐내긴 했으나 의도적으로 낡은 느낌을 조작했고 이 작품을 리아리오 추기경 등에게 팔아넘겼다. 이후 위작임이 밝혀졌지만 운 좋게도 미켈란젤로가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피에타`로 이름을 떨치면서 위작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가짜라고 해도 어쨌든 대가의 작품이므로 파는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위조는 명예, 돈, 복수, 권력, 천재성 표현 등에 대한 욕망이 흥미롭게 결합된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흔히 위조꾼들이 돈 때문에 미술품을 위조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돈은 위조범들에게 첫 번째 동기가 아니다. 위조 사건에서 돈보다 더 위조꾼을 자극하는 것은 `복수심`이었다. 위조꾼 상당수는 자기 작품을 알아주지 않는 미술계에 앙갚음을 하기 위해 천재성과 우월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전문가라는 이들이 얼마나 쉽게 속아넘어가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위조를 시작했다. 사소한 의견만으로도 작품의 가치를 억 단위로 들썩이게 만드는 감정가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미술계도 위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단순한 진위 오판은 감정가의 명예만 실추시키지만, 이들이 사기꾼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진위 조작에 가담하는 순간 위작은 놀라운 가격으로 뛰고, 여기에 관계돈 모든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위조꾼들은 특정 작품을 베껴 진짜로 둔갑시키거나 유명 작가의 화풍으로 작품을 만든 뒤 새로 발견된 진작인 것처럼 시장에 내놓는다. 물론 전문 분석법을 통과할 만큼 빼어난 실력과 기술이 필수다. 또 작품의 출처나 소장 기록 등 관련 문서를 날조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사기에 그치지 않고 학계까지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대단히 큰 범죄다. 기록이 조작되면 이 위작을 참조한 모든 연구를 재고해야 한다. 위작 하나로 감정 기관은 신뢰를 잃고, 학자나 대중은 소장처의 적법한 소장품까지 의심하게 된다.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테이트 갤러리, 현대미술관 등 수많은 문서보관소가 이런 위조에 뚫렸다.

미술품 위조는 생명을 위협하지 않고, 부유한 개인과 얼굴 없는 기관에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웬만해선 피해지도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 대중은 위조꾼들에게 관대하다. 놀라운 위조 기술에 탄복할 뿐만 아니라 박수까지 보내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한 위조꾼들은 처벌 이후 오히려 당당하게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명성을 누리기까지 했다.

이 책은 대가의 솜씨에 버금가는 위조꾼들의 교묘한 속임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들이 어떻게 미술계를 속이는지, 무엇 때문에 결국 발각되고 체포되는지, 그리고 미술계는 영리한 범죄자들과 어떻게 얽혀 있기에 이들이 쳐놓은 덫에 덥석 걸려들곤 하는지를 마치 현장에 있는 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이호창 기자

노아 차니 지음/ 오숙은 옮김/ 학고재/ 352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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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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