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대전 2017

대전출신 연주자와 국내외 정상급 연주단체와의 협업으로 촉발된 프로젝트 대전 2017 첫 무대가 호기롭고 당당하게 신호탄을 쏘았다. 2월 1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막오른 프로젝트 시리즈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성시연, 플루티스트 김유빈 세 명의 탁월한 기량과 호흡의 일치로 관객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단숨에 충족하며 성황리에 연주를 마쳤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주회 레퍼토리인 쇼스타코비치의 축전서곡, 플루트 곡으로 편곡한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협주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관현악모음곡 세헤라자데는 모두 관현악 색채감각이 뛰어난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연주의 핵심은 오케스트라의 색채, 특히 금관과 목관악기 각각의 개성 있는 음색이 어떻게 현악기 울림과 조화를 이루며 흘러나올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화려하지만 거칠지 않은 트럼펫의 밝은 울림을 시작으로 밀도 높은 현악기의 유려한 흐름 속에서 성시연이 이끄는 서울시향은 웅장하고 역동적인 쇼스타코비치 축전서곡의 울림을 제대로 들려주었다. 개인적인 기량도 뛰어났지만 연주의 몰입도는 최상이었으며, 귀와 눈을 뗄 수없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두 번째 하차투리안 플루트협주곡 안에는 아르메니아 출신 러시아 작곡가로서의 민속적인 양식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예리한 감각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표현해야 하는 이 곡을 바이올린 대신 플루트로 연주하는 데는 악기로서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유빈은 자유자재로 울림을 조절할 수 있는 테크닉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맑고 정확한 플루트의 음색을 들려주었다. 단지 인생의 희노애락의 깊이가 무르익어갈수록 음악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정서적 표현 또한 성숙해질 것이다.

지휘자로서 성시연의 리더십과 불꽃처럼 빛나는 관현악음색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열정적이고 대범한 큰 틀 안에서 정리된 절도 있고 꼼꼼한 음악해석을 통해 성시연은 관현악 음색의 대가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강렬한 음향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끄집어냈다.

이렇듯 지휘자, 연주자, 오케스트라 세 박자의 호흡이 완벽히 일치하는 연주는 쉽게 보기 어렵다. 첫 연주회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하며 새로운 장을 펼쳤다. 단 이번 공연은 앞으로 남은 프로젝트 대전 시리즈 음악회의 롤모델이자 동시에 넘어야 할 큰 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오지희 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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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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