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간 대립구도가 첨예화될 전망이다.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자 문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직격탄을 날렸고, 이후 양 당사자 간 `분노` 논쟁으로 맞붙은 것이다. 이후 문 전 대표를 포함한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파상적 공세가 이어지면서 결국 안 지사가 사과의 뜻을 표하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으나, 친노(친 노무현) 뿌리를 같이 하는 동지로서의 `동맹`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안 지사가 지난 19일 부산대학교 강연에서 `선한 의지` 발언으로 당 안팎의 야권주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게 된 상황에서 문 전 대표는 이튿날인 20일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며, 상호 존중과 덕담을 주고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이고, 직접적인 겨냥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지율 20%를 넘어선데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본선경쟁력 면에서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대세론에 대한 대항마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안 지사 역시 이례적인 맞대응에 나섰다. 평소 문 전 대표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것과 달리 21일 캠프 사무실에서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을 땐 나도 열 받지만, 지도자로서의 분노라고 하는 것은, 그 단어 하나만 써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바람이 나느냐"고 반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지금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이라며 재차 반박했다. 나아가 친문 진영에서 일제히 안 지사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문 전 대표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은 결코 선한 의지가 아니라 최순실과 함께 퇴임 후를 대비해 기업들을 협박해서 갈취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 캠프 홍보부본부장으로 내정된 손혜원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SNS에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서양속담을 올려 안 지사의 발언을 꼬집었다.

결국 안 지사는 이날 오후 "어떤 분의 말씀이라도 액면가대로 선의로 받아들여야만 대화도 할 수 있고, 문제해결도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 드렸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것은 아무래도 국민 여러분께 다 이해를 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저의 예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들이 많다.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산`을 강조하는 문 전 대표와 `통합`에 방점을 둔 안 지사간 정치적 견해차가 불거졌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현재로선 대선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후보들인 만큼, 향후 대결양상이 크게 달라질 변곡점을 넘은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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