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부터 KAIST는 석학 출신 해외파 총장 전성시대였고 상대적으로 국내 이공계 인사들은 빛을 보지 못했다. 사실 그럴 만한 시대적 요청이 없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해외파 총장들의 브랜드 가치와 개혁 드라이브가 KAIST 성장의 밑거름이 됐음을 부정할 수 없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해외파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면서 신 교수 선임을 기점으로 KAIST에도 내부 출신 인사들이 역량을 펼 기회가 찾아온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 면에서 선례를 남겨야 하는 신 교수의 책무감이 남다를 것으로 믿는다. 신 교수가 차기 총장직을 유연하게 수행하면 내부 인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터이고 반대 경우라면 외부에서 사람을 찾는 패턴이 재연될지 모른다. 너무 무겁게 여길 일은 아니라고 본다. KAIST 본연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내부 구성원들이 각성하고 힘을 합치는 일이 우선이다. 그 앞줄에 차기 총장인 신 교수가 자리해야 함은 물론이다. 알다시피 KAIST는 특별법을 근거로 세워진 이공계 특화대학이다. 따라서 이 전략적 목표에 충실해야 하고 대학 측과 교수진은 재학생들에게 진로와 비전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매년 재학생들의 전공이탈 현상도 미래에 대한 믿음의 결핍에서 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KAIST는 이공계 분야에서 분수대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산·학·연 연계나 학과 파괴실험도 좋겠지만 그게 유의미한 결실로 증명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K 밸리` 만 해도 현장 접목도가 떨어지는데 신성철 KAIST호(號)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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