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크거나 복합시설을 운영하는 유치원 및 어린이집 대부분이 운영비 등을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의 점검 결과는 우리 영유아 교육현장을 이대로 놔둬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어제 부패척결추진단의 발표에 따르면 점검 대상 유치원·어린이집 95곳 가운데 91곳에서 609건의 위반사항과 부당하게 사용한 205억 원을 적발했다. 이들 적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대부분은 정부 보조금과 학부모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사립이라고 하는데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뿐만 아니라 정부의 관리 소홀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부패척결추진단이 밝힌 위반사례는 다양하다. 어떤 유치원은 친인척을 위장 취업시켜 급여를 빼돌리고, 운영비를 여행경비나 자녀 학비, 유흥주점 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허위 증빙자료로 물품 구매를 위장하거나 교구재를 비싸게 구입해 부당이득 챙기고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도 있었다. 노후시설 개선 명목으로 보험 가입 후 운영비로 보험료를 납부하거나 보험금을 개인계좌로 받는 경우도 적발됐다. 단순히 회계처리가 미숙해 적발된 곳도 있지만 작심하고 운영비 등을 빼돌려 사익을 추구한 것이란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항들이다. 전국 국공립 유치원은 8000여개, 어린이집은 4만2000여개에 달하고, 정부가 지난해 영유아에 대한 보육·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집행한 재원은 12조 4000억 원 규모다. 전수조사를 했다면 적발 사례는 그만큼 늘었을 개연성이 크다.

정부는 이들 시설의 재정운영 투명성 및 책임성 확보를 위해 재무회계 규칙 개선과 회계 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한다. 또한 정부지원금을 부당 사용하면 지원금 환수와 정원 감축 및 원아모집 정지 등의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로는 부족하다. 학령인구 감소나 조기교육 추세 등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대선주자들의 교육정책 공약도 넘쳐난다. 차제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은 물론 공교육화 영역 확대 등의 논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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