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시 문화예술기관 수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대전이 여전히 문화예술의 불모지인가에 대한 대화에서 그는 "더 이상 대전은 문화예술 불모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전예술의전당과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대전예술가의집, 갤러리 등 지난 수십 년간 지역에서 구축된 문화예술 인프라로 시민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높아졌다. 대전예당 등에서 대형 뮤지컬 등 규모 있는 공연을 기획하면서 수도권과 대전의 문화적 격차도 많이 줄었다. 그는 "대전시민의 문화예술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문화예술 기반 시설이 많아져 불모지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시민들에겐 이제 대전이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인식은 사라졌을지 모른다.

지역의 문화예술가들에게는 어떨까. 이들은 여전히 대전을 `예술인들이 떠나는 도시`라고 일컫는다. 청년예술가는 물론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왔던 예술가들은 모두 "대전은 문화예술가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으로는 척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문화예술가들이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의 부족이다.

지역의 여러 예술 민간단체들은 무대를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대전예당이나 연정국악원 등이 있지만 대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일례로 대전예당의 공연장 가동률을 보자. 대전예당의 지난해 가동률은 98%에 이르렀다. 그만큼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공연장이 예당 등에 한정돼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의 예술관련 민간단체들은 예당 대관을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연정국악원은 민간단체에 콧대 높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역 갤러리는 어떤가. 지역의 젊은 예술가를 발굴해야 하는 갤러리는 수익성 등을 이유로 기획보다는 대관을 선호한다. 문화예술 지원 부분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의 문화예술관련 예산은 아직도 전체의 5%대에 불과하다. 지역 문화예술계가 아직도 문화예술을 정책의 `양념`처럼 인식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5년 전 서울로 올라간 지역출신의 한 시인은 "대전은 문화예술인들이 설 곳이 없다. 심지어 교류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대전이 문화의 불모지에서 벗어났다고 자축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여전히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불모지다. 생계유지가 될 수 없는데 어떻게 버티겠나"고 되물었다. 대전이 진정한 문화예술의 `옥토`가 되기 위해서 예술가들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시작돼야 할 때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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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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