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지방자치' 해법 없나 上-현황·과제

"대한민국이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2할 자치`에 머무르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민선 5, 6기 아산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복기왕 아산시장의 일성이다. 복 시장의 말처럼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상당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대선을 기화로 반쪽 지방자치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지방분권, 자치분권 확대 과제와 천안시, 아산시 대응 전략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정부, 자치조직 획일적 규제=정부는 `지방자치법`과 대통령령 등을 통해 시·군·구 등 자치조직을 지역특성 및 자치역량 등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허브화 등 정부정책에 따라 읍·면·동 주민센터가 사무소에서 행복복지센터 등 수시로 명칭이 바뀌며 혼선을 낳고 조직 안정성도 저해한다. 기준인건비제가 도입됐지만 탄력적 행정기구운영은 `그림의 떡`이다. 지자체 정원은 재정자립도에 따라 최대 3%까지 증원할 수 있어 천안시도 1%까지 늘릴 수 있지만 기구증설은 언감생심이다. 천안시 청룡동, 불당동 등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시민 불편을 덜기 위해 일부 지역 분동 필요성이 커져도 공무원 정원 권한을 정부가 틀어쥐어 지자체는 함부로 손댈 수 없다.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 지방자치 선진국은 지방정부가 기구·정원·인사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및 자치조직권의 범위·권한 등 핵심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자치법에도 자치단체 기구설치 기준 등을 명시하고 세부사항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위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지방정부 조직이 널뛰지 않도록 읍·면·동·구청 등 자치단체 소속행정기구 법제화 및 법안개정시 지방정부 협의·동의 요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가사무에 허리 휘는 지방자치=지방정부 사무 권한 가운데 국가사무가 무려 80%를 차지한다. 자치사무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정부 위임 사무에는 국가의 과도한 지도감독도 뒤따른다. 반면 조례제정 및 지방의회 개입 여지는 원천 차단돼 지역 자율성은 찬밥 신세이다. 지방재정법 제21조는 기관위임사무 처리비용을 국가가 처리하도록 규정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기관위임사무 처리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부의 `갑질`이다. 주민 삶의 질과 직결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 국가사무에 가로막혀 좌절되기도 한다. 천안시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국가사무와 중복이라는 이유로 제동이 걸린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청년수당 등 복지정책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역대학 행정학과의 한 교수는 "국고보조사업 지방매칭비 증가에 따라 지방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가사무 성격 사업은 국비를 전액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 결정시 지방 동의절차 마련 및 보조율 결정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쪽 지방자치 해소를 위해 자치입법권 확대도 빼놓을 수 없다. 현행 헌법은 조례 제정을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 본질 요소인 주민의 자기결정권과 자율성을 제한하는 조항 탓에 이름만 그럴싸하고 함량미달인 껍데기 조례안이 양산되고 있다. 헌법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조례 제정범위 확대 및 실효성 강화 요구가 대두되는 까닭이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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