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죽음을 앞두고 국가장이 아닌 소박한 장례를 유언으로 남겼다. 장례식은 콜롱베에서 치르고 무덤은 딸이 묻힌 곳, 묘비명은 `샤를 드골 1890-0000`으로만 쓰라고 했다.

드골의 유해는 가족장을 거쳐 국립묘지가 아닌 딸의 무덤 옆에 안치됐다.

덩샤오핑의 유해 역시 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 뒤 바다에 뿌려졌다.

두 인물은 살아 생전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을 받았지만 떠날때는 모든 영광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유교적인 장례문화인 매장이 주류를 이루던 우리나라도 지난 2005년부터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유골을 화장한 후 `납골`(納骨)하는 형식에서 `산골`(散骨), `자연장`으로 진일보 한 것.

이미 세계 각국이 묘지난의 타개책으로 자연장을 장려하는 추세다. 스위스에서 1999년 수목장림을 처음 만든 뒤 독일 등 각국에서 빠르게 퍼져 우리나라도 2008년 법으로 자연장을 허용했다.

특히 자연장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한 임학자의 특별한 장례식이 계기가 됐다.

지난 2004년 9월 타계한 김장수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전 유지에 따라 수목장으로 거행됐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을 지정된 나무 밑이나 주위에 묻는 방식으로, 잔디장, 화초장, 바다장과 같은 대표적인 자연장 형태다.

자연장은 벌초·객토·이장 등의 관리가 필요없고, 국토잠식 문제와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 등 장점이 많아 유족의 거부감이 적다.

국민의 자연장 선호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연장 선호도는 31.2%로 봉안시설(24.5%)보다도 높다.

청주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15년 자연장 대상을 확대해 가족 자연장을 운영한 결과 이용건수가 2015년에 비해 3배 증가했다고 한다. 선대부터 후손들까지 한곳에 모실 수 있는 장점에 가족장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무덤과 비석으로 뒤덮이고 있다. 사상과 문화는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것이다. 1년에 한번 묘소를 찾아가 의무적으로 하는 벌초가 아닌 자연 그대로를 즐기면서 수시로 찾아가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이 참다운 장례문화는 아닐지. 원세연 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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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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