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출연연 예산 60% 이상 PBS로 확보

성과주의예산제도(PBS)가 과학기술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PBS 때문에 정부·민간 수탁 과제를 따내기 위한 과도한 경쟁으로 연구개발에 충실해야 할 연구원들의 연구환경이 저해되고, 원천기술이나 기초과학 분야 등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에는 연구비가 흘러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2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은 정부 출연금 40.7%(1조 8600억 원), 자체수입 59.3%(2조 7107억 원)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전체 출연연 예산 중 40.7%만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연구자들이 정부·민간 위탁사업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체 예산 중 자체 수입 비중이 높은 출연연을 중심으로 각종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과제를 기획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수탁을 받은 사업의 만료시점이 다가오면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일부 연구원을 투입해야 해 연구의 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자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부수탁 사업은 과제의 선정이 하향식이라는 기본적 문제를 안고 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과학 동향 등 최신 정보는 일선에 있는 연구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정부에서 정한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질 수도 있다.

단기 과제에 연구역량이 집중되고 장기적 자원 투입이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이나 기초과학 연구는 소홀해지는 점도 문제다. 실제 출연연의 주요사업 가운데 연구기간이 3년 이하인 연구과제의 비율이 6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는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 소속 등 연구원 58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62.5%(368명)가 PBS제도에 반대했고, 32.4%(191명)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과도한 과제수행으로 연구의 질이 하락했다는 답변은 88.5%, 과제수주 능력이 평가를 잘 받도록 평가체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답변도 81.7%였다.

이에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는 현행 PBS 전면 폐지 등을 담은 `차기정부 과학기술정책 제언`을 최근 각각의 대선주자 캠프에 전달했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정부 출연금으로 진행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출연연의 내부경쟁도 치열한 실정이다.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고 장기적인 과학정책의 수행에 있어 PBS는 빠른 시일 내에 폐지돼야 하는 제도"라며 "정부가 주도해 연구개발 성과를 내는 시대는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과학기술계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연구자 중심의 과학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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