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주 한두 번 산에 간다. 모임에서 가는 대로 따라간다. 이름 있는 산에도 간다. 어떤 때는 자가용 몇 대에 나눠 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관광버스에 몸을 싣기도 한다. 서너 시간 산을 타고 나면 몸은 가벼워질 대로 가벼워져 하늘을 날 것만 같다. 산을 타면서 땀을 흘리고 나면 머릿속까지 깨끗해진다. 전날 먹은 알코올 기운이 모두 빠져 나간다. 생의 활력을 다시 찾게 해준다. 그런 매력이 있기에 모임에서 산행을 하는 날이면 큰 일이 아니고서야 빠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 덕분에 크고 작은 산을 많이 섭렵했다.

나는 산에 오르면서 산을 배운다. 넉넉한 가슴을 만든다. 욕심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 겸손을 배운다. 산에 가면 힘이 솟는다. 산의 정기를 받기 때문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계절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함에 내 몸도 따라 변한다.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변한다. 산을 오르는 매력이다. 그렇게 되도록 산은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산을 오르면서 인자무적이란 단어의 참의미를 깨닫는다. 마음의 평정을 얻는다. 정상까지 가는 길은 험하다. 험한 길을 다독이며 오르다 보면 많은 땀을 흘리게 되고, 심박동의 횟수가 빨라지면서 가쁜 숨을 내쉬게 된다. 내 몸 속의 노폐물들이 하나둘씩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숨도 거칠게 내쉬고 안정적으로 내쉬고를 반복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진정 아끼는 만병통치약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인간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사계절을 먹는다. 계절을 피부로, 마음으로, 눈과 코로 먹고 마시며 산다. 산에 오르는 일은 혼자 하면 힘이 든다. 여럿이 하면 재미도 있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화려한 축제장에 간 것처럼 즐겁고 행복하다. 비를 맞으며 올라도, 바위에서 미끌어져도 잡아주는 손이 있으면 산행은 즐겁고 행복하다.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배우고, 물을 보고 맑음을 배우고, 어린이를 보고 천진을 배우고, 어른을 보고 존경을 배운다. 높은 산을 보고 기상을 배우지 못하면 그것은 피상의 앎은 될지언정 진정한 깨달음은 되지 못한다.

산은 인간에게 무한한 아름다움과 지혜를 심어주고 있다. 산에 오르면 너무도 엄청난 분량의 자유 앞에 고마움을 느낀다. 산에 오르는 동안만이라도 속세의 멍에를 벗어 던져 선거사범(仙居思凡)이 되는 영광을 누린다. 내가 산에 오르는 이유이다. 문희봉(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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