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취미활동은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물론 뜻하지 않는 좋은 결과를 탄생시킬 수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과는 사뭇 동떨어진 어학용 프로그램 개발 등을 취미로 삼고 있는 김종엽 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0일 취미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15년 컴퓨터용 어학 플레이어인 `AnySecond(애니세컨드, 맥OS 용)`를 개발했다.

컴퓨터 전공자는 아니지만 프로그램 개발 관련 인터넷 강의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AnySecond는 첫 주에만 7000-8000번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 교수는 "40년 넘게 영어공부를 하면서 구간반복이 되는 어학용 MP3플레이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며 "하지만 내가 주로 사용하는 맥OS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AnySecond를 만들게 됐는데 혼자 쓰기 아까워 블로그에 올리게 됐다"며 "이후 많은 맥OS 사용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이런 특별한 경험은 의학과 공학의 융합적인 측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동안 의사와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용어 사용 등으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김 교수는 "앞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의료와 공학이 융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동안에는 공감대가 다르고 서로 모르는 단어를 쓰기 때문에 대화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나니 공학 박사들과 전문분야에 대한 대화가 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의학과 과학 협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개발, 의학 및 의료 정보 팟캐스트(인터넷으로 배포되는 라디오 방송 형식 프로그램) 진행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의사로서의 중압감이다.

김 교수는 "의사이기 때문에 다른 취미생활 보다도 환자들을 진료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지만 그만큼 힘든 일이기도 하다"며 "칼이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그만큼 많은 부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박영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