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는 전체 발생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로 화석 에너지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2030년 국내 총감축 목표량 2억 1900만t 가운데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 부문이 6450만t으로 가장 높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다양한 방법 중 절약, 효율강화,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제외한다면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CCS(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굴뚝에서 대기로 배출되기 전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다음 100기압으로의 압축을 통해 액체로 변환시켜 부피를 축소하여 수송한 후 지중 800m 이하에 격리 저장하는 기술을 CCS 기술이라고 한다.

CCS 기술은 19세기 후반부터 인류가 활용해 온 다양한 요소 기술들을 모아 만든 종합기술세트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은 석유 화학공정의 각종 기체 분리기술을 개량한 것이고, 액화물 수송은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저장기술은 원유 시추기술과 많이 유사하다. 전체 CCS 비용의 약 70-80%가 포집에 소요되기 때문에 우수한 포집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연구개발에 투자를 했다. 한국 역시 1990년 중반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여 기술적으로 상용화에 근접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에서 CCS 기술을 구현하려면 이산화탄소 수송과 저장기술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저장 기술은 안전하고 충분한 저장처가 먼저 확보돼야 하며, 이미 전북 군산 분지, 경북 포항 및 울릉 분지, 제주 분지에 약 15억t 규모의 저장 잠재량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는 석탄 화력발전소와 일관 제철소의 위치가 대부분 해안가에 인접해 있다. 이는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기 쉽고 화석연료를 선박으로 실어와 대는 수급이 편하기 때문이다. 내륙에는 충북 단양 및 제천, 옥계에 밀집한 시멘트 제조시설과 울산, 전남 여천, 충남 서산에 밀집한 석유화학단지가 있다. 시멘트 생산시설의 경우 철로를 활용해 석탄과 생산된 시멘트를 수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발생원과 저장처 거리 별로 이산화탄소 수송 수단의 경제성을 분석한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보면, 500㎞ 이내 단거리는 차량 및 철도가 유리하고, 500-1800㎞까지는 파이프 수송, 1800㎞ 이상의 거리는 선박 수송이 유리하다고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460㎞인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 내륙에서 액화 이산화탄소를 수송할 경우 파이프보다는 차량 또는 철도가 유리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알스톰 사가 분석한 한 명의 성인을 1㎞ 수송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살펴보면 기차는 2.2g, 버스는 30g, 승용차는 115g이다. 따라서, 국토가 협소한 한국에 가장 적합하고 경제적인 액체 이산화탄소를 수송하는 방법은 화물열차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혹자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그대로 활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낼 수 있다. 기체 천연가스 수송을 위해 22㎜ 두께의 9% 니켈강 파이프를 활용하고 있으나, 150기압까지 가압된 초임계 이산화탄소를 기존에 사용하는 천연가스 수송관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안에서 해저 저장처까지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도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비록 고압가스 운반에 관련된 법 등을 개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내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압축한 후 화물열차를 이용해 군산, 포항, 제주 인근으로 수송한 다음 바지선을 활용해 저장처까지 이산화탄소 탱크를 이동해 지중으로 주입 저장하는 방식이 한국의 CCS 구현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윤여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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