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각종 악재가 잇따라 발생한 충청지역 농·축산민들의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AI와 구제역,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충·남북 지역 농·축산농민들의 경우 자식 같은 닭과 소를 대량 살처분하는 아픔을 겪은 데다 설상가상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탓에 매출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충북지역 축산농가에 따르면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 5일 이후 국내산 쇠고기의 매출이 크게 줄고 수입산 매출은 늘었다. 최근 한 대형마트에서 국내산 쇠고기 매출이 20% 가까이 감소했지만 수입산 쇠고기 매출은 12% 늘었다.

보은지역 한우·젖소 농가는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 5일 이후 자식처럼 키운 소 1400마리를 땅에 묻었으나 최근 판로까지 막히면서 생계까지 막막한 처지가 됐다.

다행히 올해 들어 추가 발생은 없었지만 `AI 쓰나미`가 휩쓸고 간 가금류 농가도 아직 재입식을 못하고 있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겨울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AI로 전국 340개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닭과 오리 33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중 충북지역에서는 지난해 11월 음성에서 AI가 처음으로 발생해 108곳 농장의 닭(222만 마리)과 오리(77만 마리), 메추리(93만 마리) 등 총 392만 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인삼과 사과 등 충남 지역의 대표 농·특산물도 매출 하락으로 비상이 걸렸다.

금산 지역의 인삼 상인들은 지속된 경기 위축에 더해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 법`의 시행에 따라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예산군 신암면의 한 사과농장주는 "매년 설 명절이 되면 주문량 급증으로 일손이 부족 아르바이트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지만 올해는 전화주문은 커녕 재고물량도 여전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쌀값 폭락에 농가도 실의에 빠졌다.

쌀 소비가 30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면서 농가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61.9㎏으로 30년 전인 1986년(127.7㎏)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1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3만 원대도 붕괴된 상황.

2016년 쌀 생산량이 11만 3464t으로 전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당진시의 경우 쌀 소비의 감소에 따른 쌀값 폭락에 따른 피해가 더욱 크다. 당진시 농민단체는 오는 23일 당진시청 광장에서 트랙터 10대를 동원해 공공비축우선지원금 환수에 대한 거부 집회를 열 계획이다.

당진시 한 농민은 "농촌은 지금 출구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정부의 특단의 대책 없이는 농축산업 기반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며 탄식했다.

김진로·맹태훈·차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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