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북방 국경을 빈번하게 침범하는 오랑캐란 한국과 국경이 접해 있는 만주땅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이었다. 나라가 없는 그들은 두만강이 얼어붙자 걸어서 강을 건너 한국땅으로 들어와 수비가 허술한 마을에 들어가 약탈과 겁탈을 한 다음 도주했다.

상황이 그런데도 북방 땅을 지키는 무관들을 처벌하면 어떻게 되는가. 북방 땅을 지키고 있는 함경도의 군영이 크게 염려를 했다.

그래서 한양의 중앙 정부도 김인태를 처벌하는 것을 중단하고 사건의 진상부터 조사하기로 했다. 중앙 정부는 공정한 조사를 하기 위해 문관 두 명과 무관 한 명으로 구성되는 조사단을 현지로 내려보냈다.

현지에 내려간 조사단은 김인태라는 무관이 예사 무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김인태는 뛰어난 지략과 용맹으로 굶주리고 있던 잡초마을 주민들을 살린 것으로 들어났다. 그는 멧돼지들을 본받아 지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먹이 터를 지하에서 구해냈다.

멧돼지들은 폭설과 폭풍으로 땅 위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하게 되자 그 단단한 주둥이로 얼어붙은 눈과 땅을 조금씩 녹이면서 파 들어가 삼림 밑에 있는 땅속에서 먹이 터를 찾아냈다.

삼림 밑에 있는 땅속 먹이 터에는 나무뿌리들뿐만 아니라 겨울잠을 자는 뱀들과 지렁이 등 곤충들도 있었으며 그것들도 먹이가 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래서 김인태도 멧돼지들이 파 놓은 땅을 계속 파 들어가 사람들의 먹이 터로 만들었다. 불을 피워 땅을 조금씩 녹여 가 삼림 밑에 사람들도 활용할 수 있는 먹이 터를 만들어 놓았다.

조사단은 김인태가 그렇게 삼림 밑 땅속에서 먹이 터를 찾아내 굶주리고 있던 잡초마을 사람들을 살려낸 것을 보고 김인태의 춘궁 탈출법이라고 부르면서 감탄했다. 김인태의 춘궁 탈출법은 비단 잡초마을에서만 적용된 것이 아니었다. 주변 춘궁기에 들어간 다른 마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농촌 개발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사단의 보고를 받은 한양의 중앙 정부는 김인태에 대한 처벌 안을 취소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미 김인태에게 내려진 유배조치도 풀어주었다.

김인태는 그로써 자유의 몸이 되었으나 그는 그렇다고 즉시 고향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유배는 풀렸으나 그에게는 거기서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이 잡초마을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굶주림 때문에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부가 중단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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