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을 오는 24일 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다음 달 초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유인즉, 22일 증인신문을 마치고 24일 최종 변론을 하면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헌재가 직권으로 취소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다시 증인으로 신청했다. 헌재가 이미 3월 13일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의 퇴임 전에 탄핵심판 결정을 내린다는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박 대통령 측이 변론 연기를 요청한 것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 등 당사자는 물론 모든 국민들이 3월 13일 기준으로 탄핵심판 결정을 이전에 하느냐, 그 이후에 하느냐에 주목하는 것은 재판관의 구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재 재판관은 3월 13일까지 8명, 그 이후엔 7명 체제다. 6명이 탄핵에 찬성해야 인용이 되는데 13일을 기준으로 경우의 수가 달라진다. 그러나 이같은 숫자놀음에 큰 가치를 두는 것은 비이성적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무엇보다 헌법 정신과 가치, 법리와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는 것이지 임명 주체와 성향에 따라 결정을 달리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는 판결을 하는데 사사로움이 끼어들 여지는 더더욱 없다고 봐야 한다. 헌재 역시도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재위임 받은 헌법기관이기에 국민의 뜻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탄핵심판이 무한정 늦어지는 상황은 정녕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라면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심판 가결 이후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탄핵 인용과 기각을 주장하는 광장에서는 연일 긴박감이 감돈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대선주자들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국론은 분열되고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외교안보는 물론 대외경쟁력 약화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일정과 관련해 어느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곰곰이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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