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양국 외교수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만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이 회담에서 우리 측 윤병세 장관은 모처럼 소신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장관은 회담을 끝낸 후 "최근에 경제 분야, 문화 분야, 인적교류 분야, 예술 분야까지 규제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러자 중국 왕이 부장 측은 사드 배치 반대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하면서 유예론에 무게를 실은 모양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를 대표한 장관급으로는 처음 중국 측에 공식 항의에 나선 대목이다. 그동안 유관 부처 차원에서 중국에 보복성 조치 자제를 촉구하긴 했지만 그 때마다 중국측은 귓등으로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많은 국민들 눈에는 저자세 외교 태도로 비칠 만했으며, 이 와중에 일부 정치인들의 사드 외교를 명분으로 한 방중행보도 정부 측 입지를 좁히는 변수였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종합할 때 윤 장관이 중국 외교 수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판단되며, 다만 그에 그치지 말고 당당한 사드 외교를 펼 수 있도록 음양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이런 우리 측 목소리에 중국이 180도 정책 변화를 결단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를 갖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중국 앞에서 주눅이 들면 될 일도 안 된다. 오히려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 논리에 입각해 정치와 경제 분야를 분리해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 기조를 잃지 않아야 중국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게 된다. 당장 왕이 부장이 사드 배치 유예론을 들고나온 배경도 의심된다. 한국의 정부 교체를 염두에 둔 시간벌기용 의도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윤 장관 표현대로 "북핵은 머리 위에 위태롭게 매달린 칼"이다. 따라서 자위권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우리 안보의 핵심이익과 직결된다. 상대가 누구든 주권국가라면 할말은 하는 외교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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