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에게 듣는다] ②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2010년대 초반 잇따른 사회적 병폐에 실망하고, 극심한 구직난에 좌절한 청년들에겐 자신들을 이해하면서도 희망과 도전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멘토가 절실했다. 당시 청년들이 꼽은 최고의 멘토였던 그는 정치권에서도 대박을 터뜨릴 블루칩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순탄치 않은 역정을 감내해야 했다. 2017년 그는 여전히 우량주로 꼽히지만, `저평가된`이라는 수식어가 앞서 붙는다. 내공은 충실하고, 자질도 갖췄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대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와 안보, 경제, 사회 등의 분야에 대해 자신만의 정책과 국가 비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축적된 경험과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오랜 고민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의 비전들에선 진실된 안정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헌재의 탄핵인용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누가 어떻게 이끌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면, 대선 지지율은 합리적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지금은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할지 스스로 몸을 만들어가는 `자강론`에 힘쓸 것임을 에둘러 강조했다.

다음은 안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대선의 의미는?

"한국사회는 5대 절벽에 직면해 있다. 수출절벽과 내수절벽, 일자리절벽, 인구절벽, 그리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교절벽이 그 것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불어닥치고 있다. 국가의 모든 분야를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제대로 잘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또다시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이 들어서면 우리는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인가?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국민들이 보는 이번 대선의 기준은 5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누가 더 정직한가. 둘째, 누가 계파로부터 자유롭고 깨끗하게 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가. 셋째, 정치권에서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사람이 누구인가(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을 창당, 40석 가까이 만든 점을 부연함). 넷째, 누가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가. 다섯째,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누가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다."

-능력은 잘 알겠는데, 아직도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들이 있는데….

"현재 지지율은 19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기준에 누가 부합하는지를 확인하는 수치다. 예를 들어 탄핵정국에선 국민 분노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이가 주목받았고, 이제 분노를 대변하는 역할이 적어지다 보니, 과거청산에 누가 적합한지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19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탄핵인용 이후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사라지고 나면, 누가 미래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지를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융합혁명이다. 과거의 1, 2, 3차 산업혁명은 한 가지 기술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4차는 수많은 첨단기술이 각각 발달하고 이들이 융합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인공지능과 전기자동차 기술, 센서기술이 융합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적으로는 충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교육, 산업기반 등 세 가지가 전제돼야 하는데, 대전은 이를 다 갖췄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잘 준비해서 4차 산업 대전특별시를 건설, 새로운 일자리와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종시에 대한 해법은?

"현행 헌법체계 내에서 해결해야 할 것과 개헌을 통해 만들어야 할 것으로 나뉜다. 우선 개헌 전에라도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행자부와 미래부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또한 국회 분원을 세종에 설치해 수많은 공무원들이 여의도를 오가야 하는 낭비요소를 없애겠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시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인데,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하는 것을 명문화해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개헌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구체적 계획은?

"이번 개헌에는 3개의 포인트가 있다. 첫째는 국민 기본권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 국민 복지에 대한 국가적 책무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고, IT정보 분야 인권에 대해서도 규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지방분권이다. 입법 권한과 사무, 재정 등에서 명실상부한 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자치입법권 확대와 지방재정 확충, 복지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 강화 등 지방자치제의 헌법적 보장가치를 반드시 개헌과정에 담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제왕적 권력구조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

-최근 `자강 안보`를 강조했다.

"자강 안보의 핵심은 튼튼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안보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방위산업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 군의 효율화와 정예화는 해군 및 공군 전력 강화가 우선이다. 국방연구개발 예산을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20%까지 끌어 올리고, 국방의 성과가 산업화와 연결되도록 할 것이다. 킬-체인과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도 조기 완성할 것이며,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3%까지 점진적으로 증액시키겠다."

-사드 배치와 관련 당론 변경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국가간 합의는 다음 정부에도 계속 존중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금은 국가간 합의를 존중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선 미국·중국 정부와 긴밀하게 대화하고 협상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중국 정부가 대북제재에 협조해서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고 나면 그때 미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겠다. 당은 당대로 이를 논의해야 하고, 저는 대선 공약으로 이를 약속하겠다."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 대결로 전망했었는데, 유효한가.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국민의당 후보가 되고, 사실상 민주당 문 전 대표가 나선다고 보면 `안문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국민들은 선택할 것이다. 누가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누가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했는지, 누가 새누리당을 해체시키기 위해 제대로 싸웠는지 정당하게 평가해 줄 것이다."

-최근 안철수 대 안희정 충남지사 대결을 언급한 적이 있다.

"만약 `안안 대결`이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생각이다. 이는 미래 대 미래의 대결구도이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 미래를 위한 최선의 대선 라인업을 전망하신다면.

"각 당마다 50대 후보가 나서 미래를 놓고 경쟁하면 좋을 것 같다. 현재 한국 정치는 아직도 70년대 경쟁체제다. 미국에선 이미 40대 오마바 대통령이 나왔다. 언제까지 뒤처질 수는 없다. 50대 후보들이 나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다."

-당내 경선 전망은?

"국민의당과 뜻을 함께하는 어떤 분들과도 공정하게 경쟁할 것임을 처음부터 약속했었다. 경선은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며, 이후에도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교체가 됐을 때 경선에 나섰던 분들은 패자가 아니고 저와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갈 파트너인 것이다."

-당내 경선 이후 빅텐트를 다시 쳐야 민주당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돈다.

"텐트 보다는 집이 좋다. 국민의당이라는 든든한 집을 기반으로 함께해야 한다. 어떤 구도에서도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무엇인지에 대한 집단지성이 발휘될 것이라 믿는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저는 국민을 믿는다."

-협치 또는 연정에 대한 견해는?

"차기 대선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 정당이 혼자서 정국을 운영할 수 없다. 각 정당이 명백히 비전을 밝혀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고, 선거가 끝나면 승리한 정당이 다른 정당과의 협의를 거쳐 협치가 시작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선거 전 벌써부터 연대 얘기가 나오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충청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근 2박3일간 대전과 충남·북, 세종에서 많은 분들과 만나 소통했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걱정하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인프라 구축과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기존의 미래 신산업 인프라 구축과 함께 산업간 융합을 위한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철저히 대비해 충청의 미래 먹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겠다." 대담=송신용 기자 정리=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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