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꽃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꽃동네로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발을 팔처럼 사용해 응대하는 모습을 봤고, 충격을 받아 아직도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다사다난한 시간 속에서도 뉴스의 한편에서 전해지는 아름답고 따뜻한 온정의 얘기를 접할 때마다 추운 겨울 혹한을 이기고 피어나는 봄꽃처럼 우리들 가슴속에도 훈훈한 정과 삶의 의미를 느끼곤 한다.

하지만 사계절 중 유독 추운 겨울에만 `기부`라는 단어가 우리들 곁에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겨울이 되면 의례적인 행사처럼 한번씩 참여하고 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추운 겨울이기에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 혹독한 추위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돌봐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분들이 봄·여름·가을은 힘들지 않은지, 더욱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혹 우리는 얼마의 금액을 구세군 냄비에 넣고 "나의 도리를 다 했다"며 자신을 애써 위로하고, 위안을 삼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전쟁과 IMF를 거치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사회에서 우리는 주변 이웃을 돌볼 겨를 없이 삭막하고 바쁘게 살아 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부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 기부를 뿌리내리고, 실천하는 모습이 진정 필요한 시기이다.

이번 겨울은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유난히 춥다. 이로 인해 경제상황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어쩌면 우리는 제2의 IMF 외환위기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부자 유형을 분석해 보면 기업의 기부가 65.5%로 개인기부 20.7%보다 훨씬 높다. 지금처럼 기업 경기가 어려운 것은 필연 모금환경의 적신호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의 기부문화와는 정반대다. 개인 기부가 6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도 기부유형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에 의존하는 기부문화가 아닌 선진국처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개인 기부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부는 단순히 현금으로 하는 것만은 아니며 다양한 방법을 이웃을 돕고 기부를 할 수 있다. 새로운 기부 문화를 시도하는 많은 분들이 있기에 기부는 결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발전으로 SNS를 통해 클릭 한 번, 응원 댓글 한번 만으로도 기부가 이뤄지는 새로운 기부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또 재능기부, 물품기부처럼 나의 재능을 통해 기부를 실현하고,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부할 수도 있다. 기부는 남을 도와주고,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게 아니다. 기부의 또 다른 이름은 행복이며,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김태복 <중고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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