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라 데팡스는 파리 중심가에서 6㎞ 떨어진 곳에 760만㎡ 규모(여의도 면적의 2.6배)로 조성된 계획도시다. 모든 도로가 지하에 만들어져 지상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고 최첨단 건물과 공원만 있다. 건축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벤치마킹하는 세계 몇 안 되는 도시다. 독일 베를린 슈랑겐바더는 1981년 도로 위에 인공지대를 만들어 주택 1200채를 세웠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시오메 지구는 도로로 단절된 도시를 연결해 토지 효율성을 높이고 창의적 공간으로 거듭났다. 외국에서 도로 위에 건축물이 들어서는 사례는 이처럼 다양하다. 주택은 물론 도심 상업기능 유지를 위해 쇼핑센터를 설치하는가 하면 공공청사, 의회·전시장, 주차장 등의 용도로 활용하는 등 도시 미관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입체도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문화·상업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에 관한 규제를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우리의 경우도 오래 전부터 입체도로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국토연구원이 1995년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입체도로제 도입 당위성을 연구한 결과물을 내놓고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 제도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법 개정과 규제를 대폭 개선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본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도로법을 개정하고 내년 말까지 관련 지침을 일제히 정비해 시행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적어도 2019년부터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대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민간 개발사업이 잇따를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가로주택 정비사업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도로의 경계에 갇혀 있던 건축이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창조적 디자인 산업으로 도약이 예상된다.

이 제도는 토지의 경제적·효율적 이용이 가능하고 도로공급자와 토지소유자 모두가 겪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도로의 입체적 구역결정 근거가 마련되면 지역 간 교통에도 큰 효과가 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도로에 의한 지역단절 등 시가지 환경개선에도 이바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도시공간 구조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하고 지역과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신도시이자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에서부터 입체도로제 시범사업이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상훈 취재1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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