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대한 발명 상당수는 군사적 목적에서 나왔다. 원자력이 대표적이다. 1905년 물리학계 수퍼스타 아인슈타인이 그 유명한 `E=mc²` 공식을 선보이며 물질을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핵폭탄 제조의 기반이 되는 이론이었다. 1918년에는 영국 물리학자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인공적으로 파괴시키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고 1945년 일본은 원자 폭탄의 위력을 실감해야만 했다. 일본은 군사적, 평화적 두 가지 원자력의 피해를 모두 경험한 국가다.

냉전 시대 군비 경쟁 속에 보다 강력한 원자 폭탄이 대량 생산됐지만 실제 쓰이지는 않았다. 그 피해가 너무나 참혹했기 때문이다. 이후 인류는 원자력의 엄청난 위력을 생산적인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라늄 1g이 분열할 때 생기는 에너지는 석탄 3t이 탈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효율성 측면에서 세계 곳곳에 원자력발전소가 지어진 건 당연한 일이다.

현재 30개국에서 449개 원전이 가동 중이다. 27개국에서는 여전히 164개의 원전을 늘릴 계획이고 새로 건설 중인 원전도 60개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원전 시대를 열었다. 현재 25개 원전이 가동 중이고 11개 원전이 건설되거나 계획 중에 있다.

그러나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는 잊혀져 가던 `체르노빌의 악몽`을 되살리며 세계 여러 나라들의 원전 정책을 수정하게 만들었다.

최근 대전에도 원자력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발전용 원자로는 없지만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연구용 원자로가 있기 때문이다.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1699봉의 사용후핵연료가 대전에 옮겨졌다는 충격적인 소식도 있었다. 고준위핵폐기물은 최소한 10만 년을 격리해 보관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기술원(KINS)에서 대전원자력안전협의회가 열렸다.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 공사 부실의혹, 방사능 오염 가능성 폐콘리트 무단 반출, 파이로프로프로세싱 안정성 검증, 사용후핵연료 반환 등 안건이 다뤄졌다. 아쉬운 점은 대전시와 유성구 주도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위력을 감안할 때 다른 지역도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은 나라 전체가 `방사능 국가`라는 낙인이 찍혔다. 대전시민 모두가, 나아가 충청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문제다.

취재2부 이용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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