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음악회를 가보면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악장이 일어서서 기준 음 A(라)를 한 악기에게 불어달라고 지시하고 그 악기가 부는 음에 맞추어 목관·금관악기 그리고 현악기가 조율을 한다. 이때 기준 음을 불어주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이다. 오보에가 여러 가지 악기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에서 기준 음을 부는 이유는 이 악기가 가장 음정이 정확한 악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악기는 다른 악기보다 온도와 습도에 음정이 쉽게 변할 뿐 아니라 음정의 조절을 두 겹으로 된 가느다란 리드를 꼽는 깊이로 조절하는데, 그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이다. 그렇다면 왜 교향악단의 많은 악기들이 이렇게 음정이 쉽게 변하고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 음정을 맞추어 조율을 하는 것일까. 이는 합리적인 배려 때문이다.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게 조절 폭이 넓은 악기가 음정을 맞추는 일이 훨씬 쉽다. 이러한 배려 때문에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오보에 주자가 혜택을 받았지만 거꾸로 대부분의 오보에 연주자들은 정확한 기준 음을 불기 위한 부단한 훈련을 하고 있어 어떠한 환경에서든지 대단히 정확한 음정을 유지하는 연주자가 많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약자를 배려해주고 배려받은 사람들이 노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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