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쯤 전에 상영된 `미션`이라는 영화가 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을 것이고 이 영화의 음악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 예수회 신부 역으로 출연한 `제레미 아이언스`가 원주민들에게 다가가 강가에 앉아서 오보에를 연주하는데, 이때 들리는 음악은 이 영화의 전편에 치명적인 감동을 선사하는 `가브리엘의 오보에`이다. 아마도 영화제작자는 노예사냥 때문에 겁을 먹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예수회 신부가 `나는 당신들의 적이 아니다`라는 의미를 전달 할 수 있을까를 고심한 끝에, 슬픔에 잠긴 듯 청아한 소리를 내는 악기인 오보에 연주로 원주민의 경계심을 푼다고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설정은 이 영화에 기가 막힌 오보에의 선율을 탄생시키게 됐고 또한 이 음악 때문에 이 영화는 공전의 히트작이 되었다. 덕분에 전 세계 오보에 주자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연주하게 됐다. 제가 장황하게 오보에라는 악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교향악단의 조율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음악회를 가보면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악장이 일어서서 기준 음 A(라)를 한 악기에게 불어달라고 지시하고 그 악기가 부는 음에 맞추어 목관·금관악기 그리고 현악기가 조율을 한다. 이때 기준 음을 불어주는 악기가 바로 오보에이다. 오보에가 여러 가지 악기들로 구성된 교향악단에서 기준 음을 부는 이유는 이 악기가 가장 음정이 정확한 악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 악기는 다른 악기보다 온도와 습도에 음정이 쉽게 변할 뿐 아니라 음정의 조절을 두 겹으로 된 가느다란 리드를 꼽는 깊이로 조절하는데, 그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이다. 그렇다면 왜 교향악단의 많은 악기들이 이렇게 음정이 쉽게 변하고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 음정을 맞추어 조율을 하는 것일까. 이는 합리적인 배려 때문이다.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악기에게 조절 폭이 넓은 악기가 음정을 맞추는 일이 훨씬 쉽다. 이러한 배려 때문에 음정 조절 폭이 좁은 오보에 주자가 혜택을 받았지만 거꾸로 대부분의 오보에 연주자들은 정확한 기준 음을 불기 위한 부단한 훈련을 하고 있어 어떠한 환경에서든지 대단히 정확한 음정을 유지하는 연주자가 많다.

이처럼 우리 사회도 약자를 배려해주고 배려받은 사람들이 노력해 좋은 결과를 만들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오병권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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